경기 부진ㆍ수수료 인하 등 악재 수두룩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최현석 이봉석 기자 = 은행권의 내년 당기순이익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최근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이 줄어드는 등 대내외 환경이 모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올해 순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실적이 크게 좋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내년 이익이 적어보이는 `기저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외환銀 이익 절반으로 뚝‥기업銀은 견조
13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은행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한금융, 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 6개사의 내년 순이익 컨센서스(각 증권사 추정치의 평균)는 총 11조4천98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순익 예상치인 12조9천288억원에 비해 11%(1조4천300억원) 줄어든 수치다.
대부분 내년 전망치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은행의 순익은 올해 1조7천908억원에서 내년 9천531억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 증시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에서 알 수 있듯 장기간 하나금융으로의 피인수 반대투쟁으로 영업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1조8천140억원에서 1조8천369억원으로 내년에 오히려 실적이 소폭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대출이 주력인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들의 높아진 자금 수요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대출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이승준 연구원은 "금융지주사들이 경기 하락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대출을 자제하자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높아져 기업은행은 우량한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었다"며 "이런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기업은행 이익의 맡바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은행이 내년 당기순이익 목표를 올해보다 17%가량 줄어든 1조5천억원 수준으로 설정하고 신한은행도 순익 목표를 올해의 2조원 내외에서 내년 1조원대 중ㆍ후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등 은행들은 이미 겨울나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2013년에는 6개 금융사들의 순익이 12조4천65억원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곳곳에 악재
내년 국내 은행들의 대출자산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예상실적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출자산이 늘어나야 은행들의 이익이 증가하지만 내년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확대가 쉽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대출성장률은 총대출 기준 전년 대비 올해 7%에서 내년 6%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7%,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전제한다면 가계대출 증가율은 7% 이내에서 당국에 의해 관리되고 기업대출은 올해 중 대기업의 자금확보가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증가율이 6%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과 같은 일회성 이익요인들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은행들이 금융자동화기기(ATM), 창구 등 수수료를 낮추고 근저당권 설정비용도 고객이 아닌 은행 측이 부담하기로 하면서 은행별로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실적 감소 요인이 발생했다.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확대, 농협금융지주의 등장 등도 은행들이 실적을 쌓는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금융산업 전망보고서에서 "산은금융지주가 다이렉트뱅킹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소매금융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내년 3월 농협지주의 출범이 예정돼 있는 등 시장 내 경쟁의 격화가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 현대건설 매각 차익 등 유가증권 관련 이익 증가 등으로 사상 최고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권이 내년에는 잠시 쉬어갈 것이기 때문에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sahn@yna.co.kr
harris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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