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무덤' 파생상품시장 연내 대대적 손질

FX거래 위험고지 의무화ㆍ수수료 공개 등 거론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강종훈 이영재 기자 = 투기장으로 변질한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바로 잡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 방안이 다음달까지 마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를 중개하는 증권ㆍ선물사가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리도록 하고 이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당국의 이런 조치들이 시장 위축을 가져온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3일 "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한 파생상품 시장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며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개선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파생상품 시장의 실태를 상품별로 점검하고 있다.올해를 넘기지 않고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비상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수옵션 거래부터 FX마진거래, 주식워런트증권(ELW),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파생상품의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는 FX마진거래 시장의 개혁을 위해 증권ㆍ선물사들이 고객에게 투자 위험을 정확히 알리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할 계획이다.

리베이트를 공개하거나 투자자의 손실계좌 규모를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FX마진거래를 취급하는 증권ㆍ선물사가 외국의 호가중개업체(FDM)로부터 고객의 주문을 중개한 대가로 받는 중개수수료다. 증권ㆍ선물사에는 수입원에 해당된다.

지수옵션 거래 단위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옵션은 거래 단위가 10만원이지만 선물은 50만원이다.

ELW 시장에서는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투기성을 막고자 과도한 거래에 초과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ㅗ

거래소는 별도로 자본시장연구원에 파생상품 제도개선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연구결과가 나오면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서 금융당국과 협의해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는 파생상품시장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강력한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수옵션 거래단위를 50만원으로 올리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지만, 반대 의견을 냈다"며 "업계로서는 시장 위축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전상경 교수는 "파생상품시장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현물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좋은 기업이 상장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나쁜 기업은 자동으로 퇴출당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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