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지상파 재송신 분쟁, 일촉즉발 위기

케이블 SO, 14일 비상총회 후 입장 공개

1천500만 케이블 시청자 `지상파 시청곤란` 우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 협상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이 최근 양측의 분쟁에서 지상파 측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이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는 시청자 피해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재송신 대가산정 협의회의 설치 시한(11월23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SO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 중단이 불가피해 1천500만명에 이르는 케이블TV 시청자가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지 못하는 `방송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케이블방송(SO)협의회는 14일 코리아나호텔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입장과 향후 계획을 공표할 계획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SO측은 비상총회 후 담화문을 통해 구체적인 날짜를 정해 지상파 재송신 중단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케이블TV 업계는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이 `저작권 대가 지불 없이는 재송신을 중단해야 한다`며 내린 강제집행 결정의 취지대로 재송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반복해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8일 CJ헬로비전에 신규 가입자에 대해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을 중단하고 이를 어기면 결정문 송달일부터 지상파 방송사 한곳에 하루 5천만원씩, 모두 1억5천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7일 결정문을 송달받았다. 그러나 아직 지상파 방송사들은 결정 내용을 집행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J헬로비전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SO들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할지, 방송을 강행하고 지상파 방송사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할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배상금 규모가 워낙 커서 지급 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O 관계자는 "신규 가입자 모집을 멈추라는 것은 영업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뜻"이라며 "신규 가입자에게만 재송신을 하지 않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은 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재송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양측은 법원 결정과 관련해 배상금 지급의 기준 시점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왔다.

SO들은 협상 타결 이전의 기간은 배상급 지급일 산정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입장인데 반해, 지상파 방송사는 SO의 요구대로 하면 경영진의 배임에 해당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양측에 성의있는 협상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지난 10일 `권고문`을 통해 "재송신 분쟁으로 1천500만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시청자의 시청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양측이 시청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하면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권고문 발표 이후에도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사는 각자 성명을 내고 양측을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SO들의 신규 가입자 재송신 중단은 협상을 위한 최소의 조건"이라고 공격하고 나섰고, SO들은 "지상파 재송신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가 법원에 소송을 통해 케이블TV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중단을 압박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방송계에서는 방통위의 압박이 협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방통위가 양측의 협상을 당사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데다, 앞서 고화질(HD) 방송 중단까지 일으켰던 SBS와 KT스카이라이프 사이의 유사 분쟁에서도 협상타결 이후에야 `서면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SO들과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8월부터 방통위 주재로 재송신 대가산정 협의회를 꾸려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SO가 지상파 방송사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의 수준과 지상파 방송사가 SO에 송출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의 인정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SO는 전체 가구의 80~90%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케이블TV인 만큼 지상파가 얻는 광고 수입 중 일부분을 송출 대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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