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SKT-하이닉스] 채권단 반응과 구주 프리미엄 여부

 SK텔레콤이 본입찰에 참여하자 하이닉스 채권단은 한숨을 돌렸다. 이번 매각마저 수포로 돌아가면 하이닉스 매각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총선, 대선 등 대형 선거가 기다리고 있어 바로 매각 일정을 추진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채권단 안팎의 판단이었다.

 채권단은 실제 검찰이 SK그룹 압수수색에 착수할 때부터 매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SK텔레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자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채권단은 10일 오전에도 SK텔레콤의 이사회 개최 여부를 유심히 지켜봤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SKT가 입찰을 하지 않을까봐 걱정이 된다”며 “특혜시비를 없애기 위해 본 입찰 시기를 미룬게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SK텔레콤의 본입찰 참여로 이제 관심사는 구주 프리미엄으로 모아졌다. 채권단은 인수금액으로 3조2900억원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3조3000억원~3조4000억원 정도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 정도 금액이면 거래가 성사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채권단은 입찰안내서에 구주 매각가격은 ‘신주발행 가격 대비 5% 이상으로 입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구주에 최소 5%의 프리미엄을 보장받기로 한 것이다. 대신 채권단은 신주 발행 기준가가 20% 이상 상승할 경우에 신주 발행 물량을 줄이거나 인수를 포기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주가 산정 시점을 본 입찰이 아닌 주식매매계약(SPA) 시점으로 정했다.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추가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본입찰과 SPA 시점을 약 1주로 단축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이 같은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과 채권단은 그동안 구주 프리미엄을 얼마나 인정하느냐를 놓고 지루한 샅바싸움을 벌여왔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인수금액이 커지자 부담을 느껴왔다. SK 압수수색으로 하이닉스 인수가 불투명해졌다는 시장 반응으로 최근 3일간 주가가 하락했지만 10일 하이닉스 주가는 2만1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 2만8000원 선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6500원가량 낮은데도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채권단 측에 인수금액에 대한 부담을 여러차례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구주 프리미엄은 다른 딜에 비해 절대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STX의 인수 포기 선언 이후 사실상 단독 입찰 구도로 흘러가자 SK텔레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며 채권단 요구 금액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금액과 관련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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