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달군 이른바 ‘SNS 차단 법안’이 10일 철회됐다. 정작 인터넷 업계는 씁쓸한 표정이다.
논란이 된 법안은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발의 의원들은 “무선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준수 사항을 명시, 인터넷 개방성과 망 관리 중립성을 유지하고 서비스 혁신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인터넷 접속역무 이용 절차에 대한 정보공개 등 통신사업자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통신사업자는 불법적 통신 등 특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합리적 망 관리를 위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중 ‘불법 통신을 차단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나라당이 SNS 접속을 원천 차단하려 한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퍼졌다. 인터넷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발의 의원 명단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결국 장제원 의원실은 법안 발의를 철회했다.
장제원 의원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가 3000만명을 넘는 등 통신망이 더 이상 통신사업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며 “아무리 해명을 해도 SNS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의도로 법안을 발의했다는 걱정을 하니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외견상 ‘SNS 표현의 자유의 승리’지만 인터넷 업계는 씁쓸하다. 그간 줄기차게 요구하던 ‘망 중립성’이 규정된 법안이 제대로 논의도 못 해보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계는 통신사업자가 망 부하나 자체 서비스와의 경쟁을 이유로 다른 서비스를 통제할 것을 우려해 왔다. 통신사업자가 망을 투명한 기준에 따라 관리하고 합법적인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단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SNS는 불법이 아닐 뿐더러 명예훼손 등 내용은 지금도 소송의 대상이 된다”며 “불법 콘텐츠 이외엔 통신사업자가 임의로 차단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불법 통신 차단’ 규정이 SNS 차단으로 오해를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실은 “불법 정보란 불법 위치 추적이나 통신망 보안 등을 말한다”고 해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합리적 망 관리 기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