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그리스에 이어 구제금융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94.28포인트(4.94%) 하락한 1813.2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일보다 20.64포인트(4.05%) 내린 488.77에 마감했다. 환율은 16.8원 상승한 1134.2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은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7%를 넘으면서 과거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채무 위기에 처했던 국가들처럼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란 우려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일 미국증시가 3% 이상 하락했고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 등도 2~4%가량 떨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재원을 확충하는 등의 묘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그리스보다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가 경제 규모 면에서 유럽 3∼4위 국가인데다 부채 규모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를 합한 것보다 많아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세계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불안은 이탈리아 은행은 물론 프랑스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졌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은행권은 기초체력이 취약하고 국채를 많이 보유해 재정위기 악화에 대한 감내력이 낮다”고 말했다.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진정되지 않으면 은행시스템이 악화되고 이탈리아 국채를 대거 보유한 프랑스은행마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사태 진정은 이달 중순 예정된 재정 개혁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강력한 재정개혁안이 도출될 경우 ECB의 이탈리아 국채매입을 기대할 수 있고 12월 예정된 G20재무장관회의에서 IMF 기금 확대안이 도출되면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위기를 넘기더라도 내년 2~4월께 대규모 국채 만기가 예정돼 이를 넘길지가 주요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