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년간 꾸준히 중국과 일본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중국과 일본 시장을 너무 몰랐기 때문입니다.”
터치패널 검사장비업체 에프티랩(FTlab)의 고재준 대표는 중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해 느꼈던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고 대표는 “중국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비싸면 팔리지 않습니다. 우리 제품은 대당 3000만원입니다. 이런 고가 장비를 중국에 팔려고 했으니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죠.”
2001년 설립된 에프티랩은 터치스크린 패널 정전을 공진주파수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측정하는 장비를 개발한다. 이런 방식을 적용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최근에는 정전 뿐 아니라 저항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신제품도 내놓았다. 수천만원대 고가 장비지만 터치패널 불량을 초래하는 정전과 저항 측정 기능이 탁월해 국내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넓혀왔다. LG이노텍·삼성전기·팬택 등 19개 업체가 사용한다.
지난해부터는 해외시장 문도 두드렸다. 구매력이 큰 중국과 품질을 중시하며 제값을 쳐주는 일본을 타깃으로 삼았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중국 바이어들은 품질과 기능에 만족감을 보이면서도 번번이 “너무 비싸다”며 구매하지 않았다.
고 대표는 “품질이 좋으면 잘 팔릴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면서 “아프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수업료를 톡톡히 낸 그는 1000만원 이하 보급형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재공략하기로 했다. 보급형이지만 핵심기능은 그대로 뒀다. 자동화 비율만 약간 낮췄다. 중국은 인건비가 싸 자동화 요구(니즈)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개발은 이미 끝났다”며 “오는 23~24일 중국 심천에서 열리는 터치패널 전시회인 ‘C터치’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은 언어 벽에 부딪혀 고전했다. 고 대표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우리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기능과 성능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기능과 특징을 충분히 소개한 책을 먼저 만들어 일본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하고 판매활동은 그 후에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제품 기능만 소개한 매뉴얼이 되지 않도록 재미있고 다양한 정보를 담을 계획이다. 발간은 내년 1월로 예상하고 있다.
광운대 연구교수로 있던 중 에프티랩을 설립한 고 대표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며 “순수 연구개발(R&D)로 매출 5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전문 연구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다시 되새겼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