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연일 뜨거웠다. 안철수연구소가 정부 지원을 받아 주도한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관련 연구개발사업 예산 삭감 여부를 두고 벌어진 촌극 때문이다. 8일 결정한 사안을 두고 ‘표적 삭감’ 논란이 일자 9일 번안 여부를 재논의했다.
지경위는 격론 끝에 “(재)의결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안철수연구소로 가는 지속 사업 예산을 특정해 삭감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안철수연구소 컨소시엄의 ‘모바일 악성 (컴퓨팅) 프로그램 탐지·방어 솔루션 개발’ 3차년(2012년) 사업비 14억400만원을 삭감하는 게 아니라 1427억원을 배정한 ‘소프트웨어(SW)·컴퓨팅산업 원천기술 개발 사업’ 가운데 14억원만 줄이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정치 표적 삭감 논란을 빚은 데다 지식경제부도 반대하자 서둘러 봉합한 셈이다.
이 사업에는 이미 지난해 28억800만원, 올해 23억800만원이 들어갔다. 3년짜리 계속 사업의 마지막 해 예산을 전액 깎는 것은 드물다. 국회의원들이 예산 심의를 하면서 전체 예산의 1%도 안되는 개별 프로젝트를 자세히 들여다 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강용석 의원이 그랬다. 안철수연구소 컨소시엄 사업을 적시, 줄곧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연구개발 성과가 아예 없거나 사업비를 유용했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 빚어졌다면 이런 지적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미 지난 9월 평가를 끝낸 사업이다. 평가 과정에도 별다른 하자가 드러나지 않았다. 강 의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이 예산 처리가 끝난 후에도 재평가를 요구했다.
삭감액 14억원은 안철수연구소 컨소시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컴퓨팅산업 원천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한 기업·기관들이 나누어 부담할 전망이다. 기존 예산에서 조금씩 덜 받아야 한다. 다른 사업 컨소시엄이 괜한 유탄을 맞았다. 여러모로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다.
지경위는 부인하지만 업계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해프닝으로 여긴다. 작은 SW산업 예산 분야까지 정치 쟁점으로 삼는 행태에 씁쓸해 한다. 가뜩이나 정부와 정치권은 SW 육성 의지를 의심받는다. 정치권이 확인도장을 찍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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