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막에서 검은 진주를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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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유정을 보유한 아다광구에서 뽑아낸 원유를 현지 직원들이 유조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이 원유는 67㎞ 떨어진 깽끼악 중앙시설로 보내져 카자흐스탄 내수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 1일 카자흐스탄 북서부 악토베시에서 남쪽으로 315㎞ 떨어진 유전지대. 외부 온도가 영상 5도를 오르내렸지만 차에서 내리면 몇 분도 되지 않아 귀가 시릴 정도로 바람이 차가웠다. 5시간가량 오프로드를 길을 지프로 달리니 중국 기업의 유전광구로 보이는 지역에 50m 간격으로 전신주 수백 개가 늘어서 있다. 움직이는 모습이 닮았다고 일명 ‘메뚜기’로 불리는 펌프들이 땅속 깊은 곳에서 제각기 다른 속도로 원유를 뽑아내고 있었다. 이어 도착한 악자르 광구. 모래언덕 아래서 윙윙 소리를 내며 1.5m 높이의 신형 모노펌퍼(PCP)가 돌아가고 있었다. 땅속 500m에서 원유를 끌어올리는 소리였다.

 석유공사가 지난 3월 인수한 카자흐스탄 알티우스의 4개 상업생산 광구 가운데 104개 유정을 보유한 악자르 광구다. 이 광구의 전체면적은 16㎢로 여의도 두 배에 달한다. 알티우스가 보유한 최대 원유 생산광구로 지난 2001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현재 하루 6500배럴의 원유가 콸콸 쏟아지고 있다. 1배럴이 1.5리터 플라스틱 음료수병 1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악자르 광구에서는 1.5리터 플라스틱병에 해당하는 원유를 하루에 65만개를 뽑아내고 있는 셈이다.

 바자르갈리 악자르 현장감독은 “80여명이 2교대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수출은 85%, 내수는 15%로 비톨과 타이탄 2개 그룹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마다 한 개의 펌프가 달려있어 500m 깊이에서 원유를 뿜어내고 있었다. 현장에는 원유와 함께 생산되는 물과 가스를 분리하는 원유생산처리시설(Central Process Facility)은 하나당 2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하고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아다오일(ADA Oil)의 ‘바셴콜’ 광구다. 아다광구는 석유공사가 중앙아시아에서 탐사·시추·개발·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스스로 해낸 첫 육상광구다. 현지 직원이 파이프에 설치된 시료채취용 밸브를 돌리자 ‘퍽’하며 검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채취용기는 기름범벅이 됐고 지상으로 얼굴을 내민 원유는 기포를 뿜으며 용기 안에서 부글거렸다.

 2005년 석유공사 40%, LG상사 35%의 지분으로 사업에 착수한 지 5년만인 지난해 7월부터 26개 유정에서 하루 3500배럴의 원유를 쏟아내고 있다. 2013년 이후에는 7500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아다광구 중앙처리시설(CPF)에서는 원유에서 가스와 물·모래를 제거해 67㎞ 떨어진 깽끼악으로 원유를 송출하고 카자흐스탄 내수 판매로 캐시카우를 만들고 있었다.

 아다광구 파견 직원인 임종필 석유공사 과장은 “아다광구는 석유공사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탐사 단계부터 참여해 개발에 성공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재 탐사계약기간이라서 수출은 하지 못하고 내수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지만 수출까지 가능해지면 사막에서 검은 진주 캐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카스피해 북서부 해상 100㎞에 위치한 잠빌광구 지분 27%를 8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카자흐스탄 국영회사 KMG와 체결했다. ‘석유의 바다’로 불리는 카스피 해 유전의 추정 매장량은 10억 배럴로, 한국의 1년 소비량(8억 배럴) 이상을 가진 탐사광구다

 

 ◆인터뷰: 류상수 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장

 “내년 일일생산량 30만배럴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5만~10만배럴 광구 매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류상수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본사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년 일일생산 30만배럴을 만들기 위해 추가적인 상업생산광구 M&A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류 법인장은 “본사로부터 5만~10만배럴 생산광구 가운데 구입 가능한 곳을 물색해 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카자흐스탄 광구 M&A 비용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배럴당 평균 5~10달러가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법인은 한국 본사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 알티우스와 아다광구에서 경영자금이 나오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아다광구가 상업생산을 시작하면 매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 법인장은 “향후 알티우스 광구 생산량 확대와 2013년 아다광구 상업생산, 2014년 악다우 광구 상업생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카자흐스탄 일일생산 1만5000배럴을 2013년에 5만배럴로 전환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다광구에서 추가로 원유탐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토베·알마티(카자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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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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