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핼리팩스 한 호텔의 스위트룸. 밤 늦은 시각이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나같이 손에는 스카치 한 잔이 들려 있고, 둘러앉아 이야기꽃이 핀 자리에는 그들의 개인사가 대화 주제다.
이들은 사물지능통신(M2M)과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 주도권 문제로 표준화기구 간에 뜨거운 감자가 된 현안은 잠시 뒤로 미루어 놓은 듯하다. 그러나, 이 호텔방이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 사무총장의 숙소라는 것도, 이들이 사물지능통신 등의 국제표준화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는 것도 이곳에 모인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은 국제전기통신연맹(ITU) 등 세계 유수 9개 표준화기구가 참가한 ‘제16차 세계정보통신표준협력회의(GSC-16)’의 한 단면이다. 회의 일정 내내 자국 이익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 표준화기구 간 설전이 오갔지만, 회의의 이면에서는 이 같은 부드러운 교섭도 함께 진행됐다. 총성 없는 전쟁이 하루 24시간 내내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국제표준화 위상은 높다. ITU의 경우 연구반 기준으로 세계 2위 의장단(14석)을 보유하고 있다. ITU 기고서 점유율 또한 세계 2위(13%)를 차지한다. 이는 정부의 안정적인 정책 운용과 더불어 학계 및 연구계의 지속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나는 그동안의 표준화 활동이 다분히 양적인 성장 위주였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질적인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미국과 유럽의 정보통신 강국과 같이 자국 산업체 이익과 자국 정책 방향을 국제표준에 구현하기 위해 수준 높은 기술 전문가를 연구반 수준의 표준개발회의에 보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GSC와 같은 표준화 정책회의에도 참여시켜 향후 국제표준화 방향이 자국의 지향점과 일치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GSC나 ITU 전권회의 등의 정책회의에서 채택하는 결의에 한국의 산업·정책방향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이해를 달리하는 결의가 채택되지 않도록 문구 하나하나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향후 결의 이행을 위한 연구반 수준에서의 표준개발에 타당성과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17차 세계정보통신표준협력회의(GSC-17)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주최로 2013년 5월 제주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는 국내 산업체 요구와 정부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결의 채택과 성공적 개최를 위해 국내 산〃학〃연〃관 간 긴밀한 협력을 꾀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근협 TTA 회장 khlee@t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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