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관리원 녹색기술연구소는 지난 2003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석유 및 대체연료 전문연구기관이다. 세녹스 등 첨가제를 가장한 유사석유 유통이 급증함에 따라 자동차 고장과 같은 실제 폐해와 석유 대체연료 연구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설립했다.
녹색기술연구소는 석유산업 활성화와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바이오가스·유화연료유·디메틸에테르(DME) 등 석유 대체연료 분야 종합 연구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유사석유를 감별하는 곳이기도 하다.
연료 품질 특성과 밀접한 배출가스·연비·극저온 시동성 등 성능평가를 통해 친환경 연료 적용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성능평가 기술도 연구한다.
바이오연료 등 석유 대체연료 기반 연구 및 국내 상용화를 위한 검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바이오디젤과 바이오가스·DME 등 석유 대체연료는 품질을 국내 실정에 맞게 최적화하는 것이 과제다.
연구소는 바이오디젤 연료가 낮은 온도에서 고체 입자가 형성돼 자동차 연료의 원활한 공급을 방해할 수 있는 특성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했다. 바이오디젤은 친환경적인 연료로 알려져 있지만 저온에서 고체화되는 경향이 디젤보다 높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특성 때문에 바이오디젤을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연구소는 국내에서 생산된 동절기용 경유에 바이오디젤 6종류를 혼합, 저온특성을 분석했다. 또 이들 시료에 유동점 강화제를 첨가해 저온특성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녹색기술연구소는 엔진·차량 안전성 연구 등 연료와 차량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 현안사업인 혹한기 차량시동 불량 등 원인을 규명하고 석유제품 품질기준 제·개정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학재 의원(한나라당)이 공인 연비가 실제보다 평균 23.7%나 부풀려졌다고 지적한 것도 녹색기술연구소 연구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녹색기술연구소가 지경부 의뢰를 받아 ‘자동차 공인연비 보정계수 도입 타당성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가솔린·디젤·액화석유가스(LPG)·하이브리드 차량 등 연료와 관계없이 모든 차량 실제 연비가 공인 연비보다 낮았다. 연비 차이가 20%가 넘는 차종만 9개다.
연구소는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가 차이 나는 이유는 공인연비를 측정하는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공인 연비 측정방식인 ‘CVS-75’는 1975년 교통량이 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 도로 여건과 운전상황을 고려해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통량이 많고 도심이 복잡한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게 연구소 지적이다.
연구소 실험 결과에 따라 공인 연비가 황당할 정도로 높게 책정된 것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40년만에 연비 측정방식을 바꾸게 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연비 측정방식을 현실에 맞게 보완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별도 전문인력을 활용, 저유소나 주유소 등 저장시설에서 새어 나온 석유류에 의한 토양오염 조사, 윤활유 및 그리스 분야 산업 기술자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한 기술교육 사업 등도 벌이고 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녹색기술연구소는 적외선 분광광도계 등 관련 시험 장비를 9개 관리원 산하 본부 및 처, 지사 중 가장 많은 177종 231대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가스 및 기타 석유제품에 대해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도 인증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