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저금리 만끽‥가계만 '이자 고통'

시장금리 0.1%p안팎 오를때 가계대출금리 0.5%p 급등

"불합리한 가계대출 금리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최현석 이봉석 기자 = 정부, 기업, 은행은 `저금리`를 즐기는데 가계만 `고금리` 고통에 시달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불합리한 가계대출 금리 구조 때문이다. 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가계대출 금리 `나홀로 급등`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고채, 회사채, 금융채 등 대부분 시장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3년 만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회사채는 고작 0.07%포인트 올랐다.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금융채도 0.1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채권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2008년 외환위기 때 시중금리의 급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기업이나 은행들이 올해 들어서는 별다른 유동성 걱정에 시달리지 않는 것도 이러한 금리 안정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가계대출 금리만 급등해 가계의 `이자 고통`이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0.51%포인트 올라 회사채 상승률의 7배에 달했다.

이는 철저하게 은행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대출금리 결정 구조 때문이다.

주택대출의 절반, 신용대출의 대부분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추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CD 연동형이다. 다시말해 가계대출의 60% 가량을 CD 금리가 좌우한다.

그런데 다른 시장금리와 달리 CD 금리만 올해 들어 무려 0.78%포인트나 올랐다. CD 금리는 거래 자체가 거의 없어 은행들이 금리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CD 금리가 낮아지려면 은행들이 금리를 낮춘 CD를 발행해 거래시켜야 하는데 은행들로서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불합리한 금리구조 바꿔야"

CD 금리는 은행 수신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작아 수신금리를 전혀 대표할 수 없는 금리다.

9월 말 현재 1천86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수신액 중 CD로 조달한 금액은 34조원 고작 3.1%에 불과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CD 금리는 은행 수신 중에서 비중이 워낙 작아 시장금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은행들은 CD 금리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CD 거래를 활성화해 CD 금리를 떨어뜨리는 한편 가계대출 금리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은 것처럼, 가계대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40조원 규모의 신용대출 금리도 시장금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신용대출 금리가 낮아져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2009~2010년 연 5~6%대로 안정됐던 신용대출 금리는 최근 7%대로 뛰어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대출금리는 수신금리를 반영해 결정돼야 하는데 신용대출 금리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코픽스처럼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금리지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 시장금리 대비 가계대출금리 급등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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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 회사채 │ 금융채 │ 국고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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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 5.35% │ 4.17% │ 3.69% │ 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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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 │ 5.6% │ 4.54% │ 4.19% │ 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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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5.81% │ 4.4% │ 3.93% │ 3.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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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 5.86% │ 4.24% │ 3.83% │ 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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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대비 │ │ │ │ │

│ 상승률 │ 0.51%p │ 0.07%p │ 0.14%p │ 0.2%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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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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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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