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황우석 옛 서울대 석좌교수를 파면한 학교쪽 조치가 부당하다고 보았다. 파면한 게 정당했다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004, 2005년 ‘줄기세포 거짓 논문’의 “연구 총괄책임자로서 지휘·감독을 소홀히하고 무리한 성과주의 사고로 논문 일부 데이터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불법 난자를 이용한 것은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아 합당한 ‘징계’처분이 필요”하나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판결 요지다.
징계는 허물이나 잘못을 뉘우치게 꾸짖어 경계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황 박사가) 후학 양성에 힘썼고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반성만으로 징벌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
과학기술계 상식에 어긋난다. 제1 저자이자 교신 저자로서 논문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곧 연구 자체가 근본적으로 ‘거짓’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행위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를 따질 일이 아니다.
‘후학 양성과 탁월한 업적에 따른 배려’도 역설적이다. 거짓 논문을 쓴 학자와 후학 양성, 탁월한 업적이 나란히 설 수 없는 게 이치에 맞다. 업적이 좋고 후학을 기르는 데 힘썼다고 거짓 논문을 용서하면 젊은 과학자에게 ‘데이터 좀 조작해도 괜찮겠다’는 인식이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나쁜 본보기로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고법 판결로 과기계가 겪어내야 할 짐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과학기술자가 자기 삶과 연구를 소중히 여겨 진솔한 성과를 내기 바란다. 세상 이목에 매여 흔들리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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