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재가 강해야 나라가 산다

 “여러분 신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소재입니다.”

 지난 1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향후 10년 정부 소재·부품 육성전략을 담은 ‘소재·부품 미래비전’ 선포식 축사에서 600여명 청중에게 이 같은 말을 던졌다.

 인류가 돌·청동·철이란 소재를 이용해 도구나 무기를 만들던 시대에 따라 선사시대를 분류하는 고고학을 설명하려는 최 장관 의도는 아니었다. 소재가 고대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꾼 것처럼 소재가 대한민국 국가경쟁력를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사시대에 소재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어떤 소재를 소유하느냐에 따라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확연히 나뉘었다. 청동기시대엔 청동제 무기가 드문 탓에 군인 중에서도 최고 집권층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아시리아가 B.C 13세기 전후를 시작으로 북부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등 중동 인근 지역을 지배하면서 최초로 오리엔트 대제국을 이룩한 배경도 철제 무기 덕분이다. 당시 청동제 무기로 무장하고 있던 이집트 군은 내구성이 뛰어난 철제 무기로 무장한 아시리아 기병과 전차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선사시대에는 우수한 소재가 한 국가의 번성을 위한 전쟁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전쟁 승패도 갈랐다. 현대사를 보더라도 비슷하다. 비록 패전국이 됐지만 일본과 독일이 1·2차 세계 전쟁을 일으킨 자만심 뒤에는 우수한 부품·소재기업이 군수 제조업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경부가 10년 전 제정한 부품·소재특별조치법 시한이 올 연말 종료된다. 정부는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부품〃소재특별조치법 시한을 오는 2021년까지 10년 더 연장했다. 육성 전략도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추격형이 아닌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선도형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익숙하게 사용해온 ‘부품·소재’가 아닌 어색한 ‘소재·부품’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지난 10년간 대일무역에서 부품 적자는 줄었지만 소재 분야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앞으로 소재산업 중요성을 국민에게 더 많이 알리고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재 개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우수한 소재 기술을 토대로 반도체·자동차·선박·정밀기계 등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 오는 2020년 세계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강력한 제조업 기반 위에서 금융·서비스업 등 지식서비스산업도 경쟁력을 담보한다. 후진국 중 제조업이 약하면서 지식서비스산업이 강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소재·부품 미래 비전이 10년 후 국가 산업경제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미래비전 소재·부품 2030’을 또다시 수립하는 시행착오는 더이상 하지 말자. 소재를 지배해 미래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