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1조원대 `깜짝` 유상증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평가는 비판 일색이었다.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느낌`, `투자자에 충격의 쓰나미` `주주피해의 나쁜 사례` 등의 자극적인 표현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 종목이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4일 오전 9시53분 현재 LG전자는 전날보다 1.14% 오른 6만2천300원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LG 관련주들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느낌"
LG전자는 전날 장마감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621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개장 직후부터 흘러나온 유상증자설에 LG전자의 주가는 13.7% 곤두박질 친 뒤였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실적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여 투자심리가 개선 중이었던 시점에 유상증자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동부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하필 이 시점에 유상증자 결정이 나와 뒤통수를 심하게 한 방 맞은 느낌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LG전자는 유상증자를 갑자기 단행하면서 투자자에게 충격의 쓰나미를 안겨줬다. 방식에 2%의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증권 김종완 연구원은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자의 추진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나쁜 사례를 만든다"면서 "이번 증자는 사업전망과 관련된 우려를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LG전자 유사증자 이유는
LG전자는 증자의 목적이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확보라고 설명했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도 병행한다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이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삼성증권 김 연구원은 증자이유로 ▲회사측의 언급대로 성장기반 확충과 주력사업 경쟁강화 투자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대응한 선제적인 자금확보 과정 ▲시장이 예상치 못한 구조조정 등의 비용 발생 가능성을 꼽았다.
동부증권 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유상증자 배경은 LG디스플레이 등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대비한 현금 마련 차원이거나 LG전자의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준비이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없는 LG전자의 사업특성상 신사업진출이나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최 연구원은 "LG전자가 굳이 유상증자를 택한 이유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와중에 LG의 직접적 지원 필요성과 경기침체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LG 부담은 2천억~3천억
지주회사 LG는 LG전자 지분 34.8%를 갖고 있다.
LG전자의 유상증자는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20%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80%를 LG를 포함한 기존 주주에게 지분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으면 LG는 2천600억원 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실권주가 생기면 LG는 3천7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이훈 연구위원은 "기존 주주에게 1주당 0.094주의 신주가 배정되므로 LG는 475만 주 증자에 참여할 전망이다. 예상발행가 5만5천900원으로 계산하면 투자액은 2천656억원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LG전자의 증자에 참여하는 LG의 재무구조와 기업가치에 큰 변화는 없다"며 "LG는 주주에 배당금을 지급한 이후에도 연간 2천억원 이상의 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송중덕 연구원은 "LG가 현재의 지분율 34.8%를 유지하려면 3천7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LG가 2천100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어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으나 불확실한 투자수익률이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LG의 이익훼손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전체 순자산가치(NAV)에서 LG전자 비중은 13.0%로 미미하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 LG전자 악재 이미 반영됐나
증권업계는 LG전자 주가가 전날 급락함에 따라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주가 방향을 놓고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이번 증자 결정에 따른 이론적 주당순이익 희석비율은 10.5%다. 전일 주가가 13.7% 급락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됐다. 하이닉스 인수 등 다소 무리한 M&A만 참여하지 않는다면 부정적 요인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종금증권 최 연구원은 "휴대폰 사업이 부진했던 2007년 1월(5만1천원), 리먼사태가 발생했던 2009년 3월(6만7천600원)보다 현 상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LG전자 투자를 하지 않았던 주주라면 신규 매입을 고려하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유상증자 결정이 LG그룹주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주의 주가 변동성이 계속 확대된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김혜용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아닌 기존 사업에 대한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을 위한 것이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LG전자의 유동성 리스크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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