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득세하면서 MS는 위력을 잃은 듯이 보인다. 모바일 컴퓨팅 단말기 플랫폼 시장에서 MS는 메이저 플랫폼 업체가 아니며 점유율도 3% 이하를 밑돈다. 이러한 판단 착오에는 빌 게이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미 C넷이 주장했다.
1일(현지시각) 미 C넷은 MS의 태블릿PC 프로젝트인 ‘쿠리어(Courier)’ 개발팀이었던 제보자의 말을 인용해 쿠리어 프로젝트가 중단된 데에는 빌 게이츠 조언의 힘이 컸다고 보도했다. 당시 결정자는 스티브 발머였지만 MS 내부에 팽팽히 맞서던 두 그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에게 조언을 요청했고, 빌 게이츠는 쿠리어 태블릿PC가 윈도 머신이 아니라고 단언했다는 것이다.
현재 모바일 컴퓨팅 단말기 시장에서 MS는 이제야 윈도폰7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하고 노키아, HTC, 삼성전자 등이 윈도폰 기반 스마트폰 신제품을 이제 막 내놓았거나 출시할 계획이다. 윈도용 태블릿PC는 아예 내년으로 넘어간다. 태블릿PC에 최적화된 윈도8이 내년 중반경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은 애플 iOS, RIM 블랙베리, MS 윈도폰이 대세였다. 또 2009년은 MS가 접히는 양면 태블릿PC `쿠리어‘ 프로젝트로 IT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해였다.
당시 MS는 7인치 듀얼 스크린에 멀티터치 기능을 지원하고 손가락이나 스타일러스펜으로 쓰기, 그리기 등이 가능한 ‘쿠리어’ 태블릿PC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외신에 의해 공개된 MS 쿠리어는 손가락 움직임에 의한 확대, 축소, 회전 등이 가능하고 드래그&드롭으로 화면 전환, 펜 입력에 의한 필기나 일정 관리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쿠리어 프로젝트는 2010년 4월 중단되었다. 스티브 발머 CEO는 쿠리에 개발팀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했지만 개발을 중단시킨 자세한 이유는 당시 밝혀지지 않았다.
18개월이 지나 C넷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당시 MS에는 태블릿 개발에 두 그룹이 경쟁하고 있었다.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위한 단말기, 즉 쿠리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팀으로 X박스의 대부인 J 알러드가 이끄는 그룹이었다. 다른 하나는 MS 윈도 사업부의 리더인 스티븐 시놉스키가 지지하는 그룹으로, 비전의 중심은 윈도였다. 태블릿PC의 핵심은 윈도여야 한다는 그룹이다.
스티브 발머 CEO는 두 그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알러드와 시놉스키 두 사람 다 MS의 실세여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또 시놉스키의 그룹은 태블릿용 윈도 OS 개발에 2년 이상 소요해 왔던 반면, 알러드의 쿠리어 팀은 개발 작업이 원활했었다.
스티브 발머 CEO는 빌 게이츠에게 조언을 요청했고 빌 게이츠는 쿠리어가 윈도의 전통적인 인터페이스와 다른 UI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윈도 운용체계(OS)를 수정해야 했던 점을 지적했다.
특히 빌 게이츠는 쿠리어가 이메일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 실망했는데 쿠리어 개발팀은 이메일은 PC나 스마트폰으로 받을 수 있고, 쿠리어는 PC와 스마트폰의 보완 단말기로서 개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빌 게이츠는 MS가 오피스, 익스체인지 등에서 벌어들인 돈을 보호하길 원했고 쿠리어의 코어는 윈도지만 UI가 완전히 다르다며 윈도 시스템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몇 주일 뒤 쿠리어 프로젝트는 취소되었다. 애플 아이패드는 쿠리어 프로젝트 중단 불과 3주 전에 발표된 것이다.
MS의 시놉스키 그룹은 윈도가 태블릿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믿었고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시놉스키 그룹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애석하게도 태블릿용 윈도인 윈도8은 빨라도 2012년 중반경에 나온다. 경쟁 제품인 아이패드는 이미 시장을 석권했고 3세대 제품이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비운의 쿠리어 태블릿PC 프로젝트 인터페이스 작동 원리 동영상
http://youtu.be/6WYWGKnVkEw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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