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삼성전자와의 LCD 패널 합작 사업에서 발을 뺀다고 니혼게이자이가 30일 보도했다.
세계가 주목했던 삼성전자와 소니와의 합작은 8년 만에 파경을 맞게 됐다.
이 신문은 소니가 삼성전자와 S-LCD 지분 매각 협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S-LCD는 소니와 삼성전자가 2004년 함께 만든 LCD 패널 업체다. 지분은 삼성전자가 ‘50%+1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소니는 그 나머지를 가졌다.
당시 세계 시장을 양분하던 삼성전자와 소니가 LCD 패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S-LCD를 만들었다. 소니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S-LCD에 1조9500억원을 투자했다. 소니는 S-LCD가 생산하는 LCD 패널의 절반가량을 구매해왔다.
니혼게이자이는 소니의 S-LCD 지분 매각이 채산성 악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TV 판매 부진으로 LCD 업계는 세계적 공급 과잉에 빠졌다. 소니는 엔고까지 겹치면서 TV 사업이 적자 늪에 빠졌다. 소니는 S-LCD 설립 이후 공교롭게 TV 사업에서 7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누적 적자는 4500억엔(약 6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흑자 전환에 실패, 2분기에만 140억엔 적자를 냈다. 소니는 S-LCD가 아닌 더 싼 패널 공급처를 찾고 TV 생산도 위부 위탁 비중을 높여 생산 원가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소니는 세계 각국의 9개 TV 생산 거점을 매각과 통폐합을 통해 4개로 줄였다.
대신 대만 기업의 위탁 생산량을 늘렸다. 현재 소니의 TV 생산위탁 비율은 50%가 넘는다. 소니는 올해 TV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2% 감소한 2200만대로 잡았다. 소니 임원은 “외형보다 수익성을 중시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소니가 연내 S-LCD 지분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삼성전자와 협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소니의 철수로 남아돌 LCD 패널 판매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 조건을 좁히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소니가 S-LCD로부터 구매한 LCD 물량은 5조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소니가 S-LCD에서 손을 떼더라도 TV사업에서 예전의 영화를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비교해 제품, 구매, 제조경쟁력에서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TV사업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소니의 철수로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소니의 위력이 예전만 못한 만큼 TCL, 하이센스 등 TV 시장 강자로 부상하는 중국 기업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S-LCD와 관련한 루머나 추측에 대해 어떠한 발표나 코멘트 할 내용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S-LCD 매출 추이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단위 억원
양종석기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