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하이트진로 통합 PI · ERP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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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통합 PI · ERP 프로젝트 추진 목표 자료:하이트진로

 지난달 1일 주류업계 최대 합병 법인인 하이트진로가 공식 출범했다. 합병 전 하이트와 진로는 각각 78년과 87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었다. 두 회사는 맥주와 소주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합병 효과를 내야 했다. 단순히 업계 1위가 아닌 그 이상을 만들어야 했다.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기존 두 조직 간 융합과 업무 프로세스 통합이다. 긴 역사와 업계 1위라는 자부심이 강한 기존 두 조직에 내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4월 마무리된 하이트진로 통합 프로세스혁신(PI) 및 전사자원관리(ERP) 구축 프로젝트는 의미가 크다.

 

 주류 시장은 인구가 늘지 않으면 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향후 경제인구마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주류업체에 큰 위험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이 주류업계에 진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롯데는 제과, 음료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어 주류 판매도 비교적 수월하다. 주류업계도 일부 업체가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다자간 경쟁구도로 변화됐다. 수입맥주 시장점유율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업계 1위라고 자부하는 하이트진로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위기타파 및 통합 해법 찾기 위해 PI선택=하이트진로는 위기를 헤쳐 나갈 해법이 필요했다. 더욱이 맥주와 소주라는 특성이 다른 두 회사가 합병해 통합이라는 이슈도 존재했다. 하이트진로는 해법을 찾기 위해 PI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정보화전략계획(ISP)도 수립하기로 했다.

 2010년 3월 PI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보전략실 소속 직원과 현업에서 PI 요원으로 선발된 직원, 외부 사업자인 LG CNS 직원들로 PI팀을 구성했다. PI팀은 당시 상황을 분석해 △원가결산 기간 단축 △품질관리 프로세스 정착 △영업 및 물류 체계 효율화 등 총 47개 개선과제를 선정했다. 개선과제 수행은 5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개선과제 수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 두 회사 프로세스를 통합하는 것이 어려웠다. 기존 두 회사 직원들은 업계 1위라는 자부심이 강해 자신이 수행하던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당시 PI팀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톱다운 방식을 선택했다.

 이정안 BI팀장은 “PI 수행 당시 담당 팀장과 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설치했다”며 “문제가 있을 경우 운영위원회에서 조율토록 했다”고 말했다. 또 각 프로세스마다 담당임원을 프로세스 오너로 선정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 PI 개선과제에 대한 리스크관리도 철저히 했다. 당초 목표만큼 진행이 되지 않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방안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개발기간은 짧게 테스트 기간은 길게=3개월 동안 PI 개선과제 수행을 완료하고 6월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오라클 패키지 솔루션이 적용되는 ERP시스템 적용 범위는 재무, 인사, 생산, 물류 등 기간계 전체다. 수익성분석시스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시스템도 함께 구축했다. 경영정보시스템 고도화도 병행했다.

 6월 착수해 8월까지 분석설계를 한 뒤 이듬해 1월 중순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다. 5개월 만에 ERP시스템 개발을 완료해야 했다.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일각에서는 개발기간이 너무 짧다며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하이트진로 정보전략실을 비롯해 구축 사업자인 LG CNS는 오로지 ERP시스템 구축에만 몰두했다. 결국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개발을 기간 내 완료했다.

 하이트진로는 개발기간이 짧았던 만큼 통합테스트는 최대한 길게 하기로 했다. 총 3개월 동안 3회에 걸쳐 통합테스트를 했다. 1차 통합 테스트가 개발 완료 직전인 12월에 진행됐다. 현업들이 모두 참여해 실제 데이터를 입력하고 산출물이 제대로 나오는지를 확인했다. 일부 문제가 있었다. 다시 수정·보완을 했다. 1차 테스트 당시 내부 유관시스템은 물론이고 구매대행을 하는 코오롱과 펌뱅킹 은행 등 외부 시스템과도 연계해 진행했다. 이 팀장은 “이처럼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은 제조업계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사례”라며 “향후 2차, 3차 테스트에서는 15일간 영업 등 실제 데이터를 입력, 산출하는 테스트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통합 테스트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통합 테스트가 강도 높게 진행되자 영업점에서 업무 가중으로 인한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명으로 구성된 파워유저를 적극 활용해 이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파워유저는 소속된 각 지점에서 다른 직원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초기 활동했던 PI요원들도 직접 지점을 방문해 지원했다. 일부는 임원결재를 통해 공문화하기도 했다.

 ◇향후 진정한 통합 프로젝트 진행=하이트진로 통합 ERP시스템은 지난 4월 정식 가동됐다. 6개월 정도 운영된 상태다. 이 팀장은 “아직은 가동 초기여서 성과가 확연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져 과거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데이터 분석 및 산출을 BI시스템 통해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시보드시스템을 만들어 현업에서도 간편하게 수익성, 채권, 물류, 재고 등 총 70종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진정한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기존 두 회사가 사용하고 있던 각기 다른 프로세스를 정해진 ERP 툴 속에 집어넣는 작업을 했다. 앞으로는 통합된 프로세스에 적응하는 단계다. 가장 먼저 문화를 바꾼다. 보다 적극적인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창안대전’이라는 이벤트를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창안대전은 모든 직원들이 회사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이벤트다. 모든 직원들이 스스로 변화하자는 취지다. 내년부터는 ERP를 통해 통합한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다듬는 프로젝트도 수행할 예정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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