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협동연구센터(IT-CRC)는 IT관련 기반이 취약한 지역 대학과 산업체 인력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출범했다.
당시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가 지역 IT산업 발전을 위해 1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출연, 지역별로 6개 대학에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8월, 7년간의 사업기간은 마무리됐다. IT-CRC는 대학 내 기존 연구센터 중심 시스템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면서 자립형 연구센터로 자리매김했다.
상용화를 목표로 출발부터 남달랐던 IT-CRC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이제부터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스스로 제품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이 다시 대학 연구비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자립형연구센터로 발돋움하고 있는 각 지역 6개 IT-CRC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진단한다.
◇분야별로 R&D 특화=IT-CRC의 임무는 IT산업이 요구하는 진정한 기술 인력을 키우고 지역 IT분야 특화산업을 육성해 자립형 연구센터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국 6개 연구센터는 지난 7년간 각 특화분야 기술개발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및 수익모델 창출에 매진해왔다.
환경재해를 방지하고 시설물 관리와 건강산업에 유비쿼터스 기술을 접목한 응용연구는 강릉원주대학교의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협동연구센터(GEMS-CRC)를 통해 진행됐다. 임베디드소프트웨어에 특화된 경북대 임베디드소프트웨어협동연구센터(CEST)는 SW와 HW 플랫폼 개발 및 임베디드 시스템용 GUI 관련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다.
인터랙티브 VR는 동신대 디지털콘텐츠협동연구센터(DCRC)의 특화 분야다. 센터는 유비쿼터스 기반 VR콘텐츠 기술과 유무선 4D기반 인터페이스 기술개발에 주력해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이동통신기기용 고성능 리튬 폴리머전지 개발은 동아대 미디어디바이스연구센터(media device lab)의 특화연구 분야로 동영상 압축 코덱 SOC도 개발했다.
시맨틱 웹에 기반한 디지털콘텐츠 구축 및 활용은 제주 디지털콘텐츠협동연구센터(JEJUDCRC)가 주력으로 개발, 모바일 단말용 DRM 모듈과 유무선 통합 환경 기반 멀티미디어콘텐츠 기술개발과제를 수행했다.
이 밖에 충북대학교 유비쿼터스바이오정보기술연구센터(RIUBIT)는 LED 드라이버IC, 초소형안테나 등 u-IT부품기술과 u의료정보서비스를 특화 산업으로 선정해 연구에 매진했다.
◇연구개발 사업화 성과 가시화=이들 각 지역 연구센터는 사업을 시작한 첫해부터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9월까지 산업체 공헌활동은 200건을 넘었고, 지난 2006년 1월까지 특허출원만 100건에 달했다. 사업 2년 만에 10억원이라는 매출도 달성했다.
지난 2008년부터는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들이 제품 상용화로 이어지는 자립화 준비기였다.
IT-CRC사업으로 다양한 제품이 현장에 적용된 셈이다. 문화재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은 현재 양양의 낙산사 등 18곳에 구축을 완료했고, 세계 최초로 개발된 ‘USN 기반 원격 모니터링 통합솔루션’은 UN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우수특허기술 사업화 성공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 세계 최초 지그비 얼라이언스의 지그비 스택 프로 표준 인증은 지그비 분야 국내 기술력을 과시한 쾌거였다. 이 같은 지그비 무선통신기술은 전자가격표시기(ESL)라는 상용화 제품으로 출시돼 유통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IT와 예술(ART)의 기술적 융·복합과 3D 입체영상 체감형 모션라이더도 상용화로 빛을 봤다. 이들 제품은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연구센터의 자립화를 돕는 캐시카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역 전통산업인 자동차부품에 IT를 접목한 차량용 스마트키도 IT-CRC 사업으로 처음으로 국산화됐으며, 가스와 전력 사용량을 원격지에서 검침 및 모니터링하는 무선원격검침시스템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 외 OS 가상화 기반 애플리케이션인 가상화 보안 솔루션의 상용화도 눈앞에 두고 있다. IT-CRC는 이들 상용화 성공을 통해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과 산업체 공헌활동 900건을 달성했다.
◇선순환 구조 창출이 숙제=지난해와 올해는 연구 성과와 함께 매출증대와 기술이전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사업비 지원이 끊긴 지금부터가 IT-CRC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설립된 기술지주회사나 신기술창업전문회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수익이 다시 연구센터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학은 연구센터의 다양한 기초 및 응용연구 성과가 산업체에 수혈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센터를 위한 연구공간 지원은 물론이고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예산편성과 집행, 운영에 대한 독립 및 자율성을 줘 유연한 센터 운영이 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IT-CRC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 자립형 연구센터를 통해 기술지주회사나 신기술창업전문회사의 설립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과 재정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