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for All! 산업융합시대가 온다]③융합 산업 해외 동향과 우리의 수준

 미래특수금속(장선수 김용태 공동대표)은 2005년 구리와 알루미늄을 크레딩(서로 다른 금속을 강하게 결합시키는 기술)한 전선을 개발하고 2008년 양산에 성공했다. 구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30%나 싼 제품이 탄생한 것. 미래금속은 2009년 말 미국과 중국, 필리핀에 수출을 시작해 2년간 15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100억원의 절반이 수출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제품의 국내 판매량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50볼트 이상 제품은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관련 규격이 없어 받지 못했다. 우리 법에는 구리나 알루미늄 어느 하나로만 전선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산업융합의 싹이 자랄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SM중공업 사례도 있다. ‘트럭지게차’를 2008년 개발한 이 업체는 4년간 서류와 씨름하고 있다. 트럭 담당 부서에서는 지게차 부서로 가라고 하고, 지게차 부서에서는 트럭 부서로 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에서 이 제품을 어디에 포함시킬지 몰라 허송세월만 한 것이다. 다행히 이달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되면서 올해 안에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선진국 대비 융합기술 수준은 50~80%=위 두 사례는 우리의 산업융합 환경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기술이 있어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사업화를 못한다. 분위기가 이러니 융합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 산업융합에 일찍 눈떠 발 빠르게 관련 제도를 정비한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다.

 국내 융합기술은 선진국 대비 50~80%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 컴퓨터는 65%, 휴먼인터페이스는 75%, 나노일렉트로닉스는 80%의 기술력을 보이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50%에 불과하다. 산업융합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대비한 선진국=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기술융합 추세에 대비해 다양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인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융합기술전략’을 범부처적으로 마련하고 융합기술에 대한 비전을 수립했다. 미래 과학기술을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정보통신기술(IT), 인지과학 4개 범주로 나누고 기술개발 초기부터 융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08년에는 실제로 이들 분야 융합기술 개발에 14억5000만달러를 투입하는 등 원천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2006년 종합과학기술회의 ‘이노베이션 창출 종합전략’을 마련, 핵심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산하 공공기관과 함께 상향식 연구과제를 공모하는 등 창의성에 중점을 둔 융합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문부과학성은 차세대 연구자 양성, 첨단융합기술 실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EU는 2004년 ‘지식사회 건설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을 수립해 기술융합의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영향까지 포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식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계속되는 제7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에서 융합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창의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 최초 융합 관련법 제정…속도전 기대=국내에서는 정부 정책 추진과 별도로 기업들이 발 빠르게 융합기술에 대응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고급 TV는 일본 제품이라는 등식이 있었으나 LED와 TV 기술을 결합한 LED TV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삼성, LG 등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최근에는 3D 기술을 TV에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휴대폰 강국이던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한 스마트폰 초기 대응이 늦었다. 그나마 최근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선제적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반도체 산업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전력용 반도체, 저소비전력 메모리 등 에너지 관련 반도체와 그린자동차용, 의료용, 로봇용 등 각종 신산업과 융합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융합 신제품 인증제를 골자로 하는 산업융합촉진법 시행령을 이달 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연내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을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산업융합 발전전략이 담길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융합산업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성공한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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