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방 출장이 잦아 외박하는 날이 많다. 결혼을 하지 않아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보니 출장이 익숙하다. 그런 A씨에게 최근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요금이 연체됐으니 빨리 납부하라는 독촉 전화였다. 하지만 A씨는 자동이체를 해 놓았기 때문에 연체될 리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며 안전한 계좌로 옮길 것을 종용했다. 보이스 피싱을 직감한 A씨는 전화를 바로 끊었지만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불쾌했다.
개인정보를 빼내 범죄에 악용하는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은 한 통신회사에 법원은 4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가져다준다. 재산을 날린 사람은 경제적 어려움과 자책으로 정상적 생활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 심각성은 매우 크다.
최근 3년간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이 1500억원에 달한다. 금전적 피해는 물론이고 정신적 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는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거나 모르는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무심코 통화 버튼을 누르면서 유출되고 있는데,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우편함에 오래도록 방치된 우편물이다. 직장인 A씨처럼 집을 자주 비우는 사람인 경우 우편물을 챙기지 않아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
아파트나 빌딩은 대부분 1층에 우편함이 설치돼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갈 수 있는 노출된 장소다. 이 때문에 누구든지 우편물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각종 우편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신용카드 명세서나 관공서 고지서 등에도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가 적혀 있다. 오랜 시간 우편물을 방치하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편물을 오래도록 우편함에 꽂아두면 사기범들이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며 “주소·이름 등 개인정보가 적힌 우편물을 제대로 챙기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