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고발

 ‘고발’이라는 단어는 그것이 어디에 적용되든 이미지가 좋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학연, 지연 등 인맥이 강하게 작용하는 사회나 집단에서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잘못을 일러바치기보다는 덮어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온 온 사회이기 때문이다.

 고발은 관행처럼 여겨온 악습이나 악행, 나아가 불법 행위를 없애고 한 단계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기도 하다. 범죄는 드러나야 하고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줄어든다. 나와는 관계없다고 그냥 넘어갈 때 악습은 물론 범죄 행위조차 관례로 굳어지기 쉽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비교할 때 흔히 고발정신을 거론한다. 유럽의 여러 선진국 중 전통적으로 고발정신이 투철한 나라로 독일을 꼽는다. 1,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재건을 위해 독일 국민은 똘똘 뭉쳤고, 이러한 국민적 의기투합 속에서 나라와 사회의 공익에 위배되는 행동은 가차 없는 비판과 고발이라는 전통으로 이어졌다.

 부정부패는 물론이고, ‘3명 이상이 모였을 때 성냥개비 하나로 담배를 피웠다’는 얘기처럼 에너지(자원)를 함부로 낭비하거나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은 사람까지 고발 대상이었다. 여기에는 옳지 않은 행동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타깝게도 국내 산업계는 이러한 고발정신이 뿌리내리기가 가장 힘든 곳처럼 보인다.

 대·중소기업간 공생과 상생이 화두임에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대기업이 부담스럽다. 불공정 거래 사실의 공개를 제안하면 “내가 거론하기에는 부담스럽다”거나 “피해를 입으면 누구에게 하소연하느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 아니어도 이를 알리는데 앞장서거나 출처로 찍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중소기업의 용기 있는 고발과 이를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보는 산업계의 긍정적인 시각이 결국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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