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그린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국토해양부는 삼천리 우리 강산과 바다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부처다. 국토부 수장인 권도엽 장관(59)은 그만큼 판단하고 결정해야할 사안이 방대하다. 하지만 권 장관에게는 든든한 참모가 있다. 바로 ‘공간정보’다. 건설부 도시국 사무관 때부터 권 장관은 지형도·지적도를 끼고 살았다. 이제는 여기에 각종 시설물 정보까지 더해진 ‘디지털 공간정보’가 권 장관의 국토정책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
권 장관은 건교부 기획예산국장 시절 국가GIS사업을 통해 다양하고 방대한 공간정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제4차 국가 GIS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공간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융·복합 기반을 마련, 분산된 공간정보의 통합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들어 권 장관은 10여년간 축적된 국가공간정보에 우리 국민 모두가 비용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권 장관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녹색성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정책 발굴, 그린에너지 개발 등을 목표로 과제별 이행상황을 꼼꼼히 점검 중이다.
권 장관이 구상하고 있는 디지털 국토와 그린 코리아의 앞날을 짚어 본다.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공간정보사업은.
▲보다 현실에 가까운 공간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 국토에 대한 3D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일제 강점기에 제작돼 낙후된 지적도를 디지털화하고 지적 불부합을 해소하기 위해 ‘지적 선진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각종 국토정책을 합리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지원하는 ‘국가공간계획지원체계(KOPSS)’가 마련되고 있다. 총 5개 법령에 따라 18종으로 분산·관리되는 부동산행정정보의 일원화와 국가공간정보 통합체계·지하시설물 통합DB 구축 등 다양한 연계·통합사업을 통해 공간정보를 고도화하고 있다.
-스마트워크와 스마트행정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데 국가 공간정보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요소다. 이에 대한 활용 전략은 무엇인가.
▲지난 1995년부터 국가GIS사업을 통해 방대하고 다양한 공간정보가 제작돼 있으나, 이는 주로 공공부문에서만 쓸 뿐 민간 활용은 부진한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구글지도 유료화 선언에 따른 국내기업의 혼란에서 보듯, 공간정보는 국가 기본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가공간정보의 개방과 공유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감안, 국가 공간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웹 기반 공간정보 오픈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올 연말부터 시범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다양한 공간정보를 활용하고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 공간정보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행정을 통한 대국민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우선 3D 기반 공간정보 오픈플랫폼 구축을 중점과제로 추진 중이다. 18개로 분산돼 있던 부동산 공부를 통합, 부동산 관련 인허가 및 각종 민원·행정업무를 간소화·효율화할 수 있도록 ‘부동산 행정정보’를 일원화한다. 이밖에 부동산, 지적 등 대민 서비스에 인터넷·스마트폰 서비스를 확대·도입하는 등 공간정보를 활용한 대국민 서비스 첨단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 사업이 국민경제에 어떤 효과가 있나.
▲민간에 공개되는 공간정보는 당장 관광과 유통·게임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 1인 창조기업 및 벤처기업 탄생에 기여한다. 오픈 플랫폼이 실현될 경우 오는 2020년까지 6만개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건물 분야의 녹색화 전략, 특히 건물 관련 제도 운영의 향후 계획은.
▲신축 건축물의 설계·시공단계에서 에너지 관련 성능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에너지 통합관리 시스템과 소비증명제 등을 통해 기존 건축물의 유지·관리 단계에서 사용자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 건축물 전생애에 걸친 녹색화 정책 추진을 통해서는 건축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최대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공공기관이 녹색건축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혁신도시 이전기관을 초에너지절약형으로 건축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노후된 공공청사 녹색 리모델링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 발표 이후 국토해양부의 지난 3년간 성과와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대표적인 녹색사업인 4대강 살리기는 지난해 모두 착공돼 지난 7월 말 현재 전체 공정률이 78%에 달한 상태다. 이상 홍수나 가뭄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효과는 물론이고 수질 개선과 수변 공간의 친환경적 개발 등 복합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는 녹색성장을 위한 각종 정책 발굴 및 제도적 기반 구축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기존에 발표된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핵심 과제에 집중해 성과를 가시화하고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
-막대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비해 구체적인 감축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데.
▲산업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신축 건축물 에너지기준 강화와 기존 건축물 에너지효율 개선, 녹색건축 기술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기존 건축물의 녹색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과 설계, 시공, 유지관리 및 재활용 등 건축 단계별 종합적·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건축물 전생애 과정을 통한 녹색화 방안을 마련했다. 저탄소 에너지 절감형 교통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5대 추진전략과 74개 추진과제를 선정, 앞으로 10년간 단계적으로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과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교통물류 부문에서 2020년 기준 연간 1200만TOE(9조2000억원) 절감 및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대비 34.3%(345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차질없이 실현하겠다.
-해수리튬연구센터 출범 등 자원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데, 주요 자원의 부존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토부의 역할과 계획은 무엇인가.
▲망간단괴와 금·은·구리를 함유하고 있는 해저열수광상 등 심해자원 탐사 및 개발을 위해 피지섬 인근 태평양 공해상의 광구와 독점탐사권을 확보했다. 인도양에도 광구를 추가 확보한다. 또 최근 해수리튬연구센터 출범으로 바닷물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상용화 기술 연구에서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해양자원 개발에 대한 국가적 필요성을 감안, 앞으로도 자원 개발에 매진하겠다.
-u시티 등 녹색 IT도시 조성사업의 성과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향후 목표와 세부적인 계획은.
▲최근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와 2기 신도시 건설 지연 등으로 u시티 시장 여건이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u시티 사업의 80% 이상을 수행해온 LH공사의 재무구조 문제로 해당 프로젝트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인 u시티가 성숙해가는 중간 과정으로 본다. u시티 R&D사업을 통해 녹색도시 조성 요소기술을 개발 중이며, 올 연말부터 인천 청라와 세종시 등에 이를 적용, 성과를 검증한다. 해외에 u시티를 홍보하고 수출하기 위해 내달 ‘u시티 월드포럼’을 인천 송도에서 개최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도시계획과 설계기술, 운영방안을 개발해 나가는 등 녹색도시 조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권도엽은 누구?
건설·교통 분야를 두루 섭렵한 통섭(通涉)형 리더. 모두가 인정하는 청렴한 선비형 공직자. 허례허식은 과감히 버리는 효율 중시자. 언뜻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 같지만 모두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행정고시 21회 출신인 권도엽 장관은 주택과 토지, 국토 등 부동산 전 분야 정책의 최고 행정전문가로 손꼽힌다.
토목공학·행정학을 전공한 권 장관은 건설부 도시건축심의관, 국토정책국장, 주택국장 등 핵심 부서를 거쳐 건설교통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차관보 보직을 수행하면서 건설 분야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국토해양부 제1 차관으로 임명되기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직을 역임하면서 교통 분야에 대한 식견 또한 갖췄다.
권 장관은 평소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소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국토부 직원들은 한결같이 그의 덕목으로 ‘청렴’을 꼽을만큼 원칙적이고 검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업무에 누구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며 ‘합리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모습은 권 장관의 다른 일면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 “아직도 100쪽가량 되는 종이로 언론 스크랩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아이패드를 활용한 회의 방식을 도입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53년 경북 의성 출생 △1976년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1978년 행정고시 합격 △1986년 미국 시라큐스대 대학원 행정학과졸(석사) △1992년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건설교통부 국토정책국장, 주택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차관보) △2007년 한국도로공사 사장 △2008년 국토해양부 제1차관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