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KT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BM) 윤곽이 나왔다. KT가 마련한 콘텐츠 사업전략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게임과 뮤직·만화·e북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KT는 콘텐츠 분야에서는 게임을 캐시카우로 육성하는 한편 음악과 e북사업을 강화하고, 올레TV나우에서는 오는 10월 PPV서비스 론칭 등을 기반으로 유료 IPTV 방송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2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멍들게 하는 불법 유통차단을 위한 민관 협의회를 구성하고, 불법P2P 서버를 검출할 수 있는 ‘스마트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송영희 KT 콘텐츠&미디어사업본부장은 “IPTV 사업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불법콘텐츠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협의체 또는 포럼 구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경과 특징=KT 콘텐츠·미디어 사업 강화는 기존 유무선 통신 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유선전화 시장이 성장을 멈춘데다 이동통신서비스마저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말 미디어본부를 확대해 콘텐츠&미디어사업본부를 신설한 것도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다. KT는 신규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40억여원을 올 하반기 추가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업 강화는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 국내 중소 게임회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해외 네트워크 및 서버 등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KT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KT 콘텐츠 사업이 N스크린으로 귀결된다는 점은 경쟁사 SK텔레콤과 같지만 사업 준비는 차이를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N스크린과 뉴미디어 등을 담당하는 플랫폼 사업을 ‘SK플래닛’으로 분사해 아예 독립적인 사업체계를 마련한다. 콘텐츠 사업 특성상 기존 통신사업과 별개 조직에서 신속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사업 청사진=KT는 게임·e북·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스마트패드·PC·TV 등 여러 단말기를 통해 제공하는 N스크린에 초점을 맞췄다.
KT는 하나의 아이디로 가입해 한 번 결제하는 것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원 페이 멀티 스크린(OPMS) 시스템을 구축한다.
KT는 사내 콘텐츠&미디어사업본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되 외부 업체와 적극적으로 제휴할 방침이다. 대원미디어(만화), 엑센트(해외 게임), 빅풋TV(해외 3D 채널) 등 제휴 대상도 폭넓다. 게임과 함께 만화 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김의석 KT 상무는 “대원미디어와 공동으로 올레만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오는 10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선보이고, 내년 2월 올레TV에서 만화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화는 ‘신의 물방물’ ‘슬램덩크’ 등 국내외 우수만화를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망=관건은 얼마나 빨리 콘텐츠 사업을 수익분기점에 올려놓는지다. 최근 통신 3사가 앞다퉈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다. KT가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IPTV사업 역시 누적 기준으로는 적자다.
이 때문에 게임·음악·만화 등 신규 콘텐츠가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뛰어넘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콘텐츠사업이 독자적인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견해와 게임 한류 바람을 타고 게임 등 신규 콘텐츠가 KT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상반되고 있다.
김원석·이호준 기자stone201@etnews.co.kr
-
김원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