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억원짜리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가 올 1월부터 8월까지 5회나 멈췄다고 한다. 두 달에 한 번꼴이다. 2004년 500억원을 들여 도입한 2호도 2005년부터 최근까지 일주일에 한 번꼴(350회)로 장애가 발생했다니 기막히다.
2009년 이후 2·3호 장애의 66.2%와 80%가 아예 시스템을 껐다 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채 그저 부팅 스위치만 건드렸다. 혈세를 500억원이나 들인 장비의 장애를 너무 쉽게 여긴 것 아닌가. 제대로 구매했는지, 사후관리를 제대로 받는지 의심스럽다.
슈퍼컴 3호는 유난했던 2008년 집중호우 피해를 재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얻어 도입했다. 호우·태풍 예측능력을 높이는 게 목표였다. 기상청도 “3호에 영국 기상청의 통합수치 예보모델을 이식하면 지상 55㎞까지 40층으로 나눠 예측하던 호우·태풍을 70층으로 더 쪼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확한 예보’를 바라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으나 본격 가동한지 1년도 안 돼 실망을 안겼다.
무엇이 문제일까. 국회 몇몇 환경위원은 ‘슈퍼컴 운영인력 부족’을 꼽았다. 3호 운영인력이 15명에 불과해 미국(74명)·유럽(69명)·중국(40명)처럼 장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견 옳은 듯하다. 그런데 이는 나라별 기후 예측범위(영토)와 필요 설비 차이를 외면한 시각이다.
지금은 무조건 “늘리자”고 할 게 아니라 기상청 설비·인력 구조에 돋보기를 들이댈 때다. 기상청은 ‘오보 사태’에 처한 뒤 설비·인력이 늘어났다. 예보능력 배양을 구실로 내세워 4국 21과·팀 72개 기구를 거느린 중앙행정기관으로 컸다. 직원이 1294명이나 된다. 수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컴퓨팅 운영인력을 15명밖에 확보하지 않은 이유부터 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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