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대중소 동반성장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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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대중소기업 상생은 화두였다. 대기업은 부품 협력사 및 서드파티 개발사와 상생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명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긴 쉽지 않았다. 비전과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이렇다 할 실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허울 좋은 구호만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동반성장 성공 사례는 다방면에 걸쳐 속속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먼저 중소기업을 찾는가 하면 출연연과 벤처가 손을 맞잡은 사례도 있다. 협단체가 1차 협력사가 아니라 상생 및 동반성장 사각지대에 놓인 2·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가동됐다. 이처럼 다양한 동반성장 성공 사례는 국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도도한 흐름을 이어나갈 매개체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손을 맞잡다=상인이디피와 삼성SDI는 동반성장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2차전지용 캔(CAN)업체인 상신이디피는 제품 불합격 비중이 적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삼성SDI 입장에서도 2차전지용 캔 제품 불량은 생산성에 악영향을 준다.

 양사는 ‘CAN 생산성 향상’ 프로젝트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TF는 상신이디피 생산라인에 상주하면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과정을 만들었다. 그 결과 양사가 머리를 맞댄 지 4개월 만에 ‘CAN 불량률 57% 감소’란 성과를 거뒀다. CAN 불량률 감소는 상신이디피의 생산성을 30% 이상 높이고 삼성SDI의 2차전지 생산 라인에서 효율을 크게 높였다. 양사는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동우화인켐과 삼성전자도 동반성장 성공 모델로 꼽힌다. 동우화인켐은 세계 편광필름 시장 1위 기업이다. 동우화인켐이 1위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 2002년 동우화인켐은 기술력 부족으로 고객사가 요구하는 제품 생산에 번번이 실패했다. 동우화인켐은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품질·제조·설비 등 전문가를 동우화인켐 공장에 보냈다. 양사 직원들은 공장 기숙사에 머물면서 컬러필터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컬러필터 핵심 공정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코팅 장비 얼룩현상’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데 매달린 끝에 얼룩 현상을 제거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공정기술 노하우를 도입해 불필요한 공정을 줄이고 라인구성도 새롭게 구성해 컬러 필터 생산 공정을 최적화했다. 그 결과 월 2만∼3만장에 머물던 생산량은 6만장까지 올라갔다.

 자화전자와 삼성전자도 ‘고화소 카메라모듈용 엔코더 자동초점 장치(AF)’를 공동 개발, 동반성장의 나무를 심었다. 엔코더 방식 AF는 삼성전자가 기술을 제공하고 자화전자가 공정을 담당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3년전 800만 화소 이상 고가 카메라모듈 시장을 겨냥해 엔코더 AF를 개발했다. 이 방식은 카메라 모듈 슬림화에 유리하고, 희유금속인 마그네틱 사용량을 줄여 가격 경쟁력도 충분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가 상용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를 사업화할 협력업체를 찾던 삼성전자에 손을 내민 것은 자화전자다. 당시 신성장동력을 찾던 자화전자가 삼성이 설계한 기술을 이용해 모듈을 만들고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자화전자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2·3차 협력사에 특화된 동반성장 프로그램도 나와=지난 7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의미심장한 행사가 진행됐다. 김재홍 경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대기업 및 협력업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업종 최초 ‘기계산업동반성장진흥재단’ 출범식이 거행된 것이다.

 기계산업진흥회가 주축이 돼 발족한 기계산업동반성장진흥재단은 기존 대기업에서 시행하던 1차 협력사 위주의 동반성장에서 벗어나 그간 지원의 사각지대였던 2·3차 협력업체를 중점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재단은 대기업이 매년 20억원을 출자해 산업현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재단은 올해부터 기계업종에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협력기업의 경영 합리화 및 기술력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을 선포했다. 특히 2·3차 협력기업의 취약점인 기계 정도 향상을 위한 설비의 유지, 보수 및 시험, 검사기기 지원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협력기업의 품질 및 작업공정, 가공설비 레이아웃 등에 대한 전문가 기술 진단을 실시해 생산 시스템 최적화도 지원한다. 올해는 40개사 대상이다.

 또 90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지식재산권 진단, 특허 회피설계 및 특허 침해예방 등 지식재산권 전략 수립도 지원키로 했다.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 국가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대중소기업의 국가별 동반 진출 전략도 마련한다.

 박영탁 재단 이사장은 당시 “기계산업 2, 3차 협력업체 및 일반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기계설비 정도 향상 및 측정기기 검·교정 지원 등 동반성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을 위한 재단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20억원을 쾌척한 만큼 10배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