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의 정부와 관리업체별 목표설정 협상이 ‘일방적인데다 장님 문고리 만지기 협상’이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녹색성장위원회와 지식경제부·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의 정부와 관리 업체별 내년도 목표설정 협상이 대부분 일단락됐다.
협상은 정부가 관리업체들의 예상성장률을 이미 산정해 통보·적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정부가 업종별 총배출 허용량을 확정하지 않고 진행해 관리업체들이 정부와 합의했어도 내년도 감축목표는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협상에서 관리업체의 목표설정 공식에 들어가는 △기존시설 기준배출량 △예상성장률 △신증설시설 배출량에 대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관리업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배출 허용량을 할당 받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낮게 설정하는 것이 목표달성과 비용지출 면에서 유리하다. 이에 따라 관리업체들은 설비가동률·제품생산량 등 온실가스 배출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했으나, 정부는 공인회계사를 통해 과거 10년간 해당 기업의 추세를 반영한 ‘예상성장률’을 들고 나왔다.
협상에서 정부가 산정한 예상성장률이 그대로 반영됐고, 관리업체들은 예상성장률 산정 공식이나 데이터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정부가 기술적 요소를 언급하며 거부했다.
더 큰 문제는 일방적인 예상성장률이 반영된 것에 더해 업체목표 설정과정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감축계수’ 역시 정부의 업종별 총배출 허용량 할당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축계수는 정부가 정하는 업종별 총배출 허용량을 이번 협상에서 확정한 업종별 관리업체의 배출전망치(BAU)로 나눠 설정한다. 따라서 각 관리업체들이 아무리 배출 허용량을 높게 받으려고 노력해봐야 목표설정 계산식 맨 마지막에 곱해지는 업종별 감축계수 때문에 그 효과를 얻기 힘든 구조다.
결국 이번 협상에서 예상성장률도 정부가 정하고, 감축계수도 정부의 업종별 배출 허용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관리업체들에 있어서 협상 여지가 적었다.
그나마 정부가 업종별 배출 허용량도 아직 확정하지 않아, 관리업체들은 목표설정 협상이 끝났지만 자신들의 목표가 얼마인지 모르고 정부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천규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대응팀장은 “지경부·환경부 등 관장기관이 관리업체와 설정한 목표는 고의적인 곡해가 없다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관리업체는 한 해 목표설정에 치중하기보다 2020년까지 장기 목표를 세우고 연도별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관리업체는 이달 말 확정되는 감축목표에 대해 다음달까지 정부에 이의제기할 수 있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업체목표 및 감축계수 계산식
업체목표=∑〔(기존시설 기준배출량×예상성장률)+신증설시설 배출량〕× 감축계수
자료:환경부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