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어긴 안이한 대응으로 대정전 직전까지
전력거래소는 정전 사태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전 예비전력이 300만kW 이하로 낮아진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오후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지는 긴급상황에서도 순환 정전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매뉴얼을 어기고 안이하게 대응해 대정전(total blackout)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19일 열린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사건 발생 당시 전력수급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력거래소가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염 이사장에 따르면 당일 오전 10시50분부터 수요 증가로 예비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졌고 11시35분부터 300만kW 이하로 낮아졌다.
매뉴얼대로라면 `관심` 단계와 `주의` 단계의 경보를 발령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력거래소는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염 이사장은 "오전 11시40분부터 예비전력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다"며 판단 착오를 시인했다.
오후 1시까지 400만~600만kW를 유지했던 예비전력이 오후 1시5분부터 400만kW 이하로 낮아지자 전력거래소는 중앙급전 발전기들을 최대로 가동했고, 그 과정에서 이 발전기들의 입찰량과 실제 발전량 사이에 출력 감소로 인한 117만kW의 오차가 있음을 인지했다.
이후 전력수요가 급증, 예비전력이 오후 1시10분에는 300만kW 이하로, 25분에는 200만kW 이하로, 35분에는 100만kW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졌고,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배전변압기 탭 조정(12시50, 100만kW), 자율절전(오후 2시1분, 95만kW), 직접 부하제어(오후 2시1분, 89만kW) 등의 대책을 가동했다.
하지만 매뉴얼 대로라면 예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졌던 오후 1시35분 이미 `심각` 단계의 경보를 발령하고 순환정전 조치를 실시해야 했다.
이에 대해 염 이사장은 "실무진이 통상의 경험에 비춰 이 세 가지 조치로도 수급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비력은 오후 2시35분 50만kW 이하로, 3시 24만kW로 급격하게 하락했고, 전력거래소는 결국 오후 3시11분 순환 정전 조치에 들어갔다.
당시 주파수가 정상인 60Hz에서 59.5Hz로 저하된 상황이 오후 1시50분부터 3시까지 지속돼 전국 전력계통의 붕괴 직전상황이었으며, 충주수력과 보령복합 발전기 고장과 양수발전기의 수량 고갈 등으로 추가적인 공급능력이 저하된 상황이었다. 실제로 오후 3시25분부터 양수발전소 5곳이 순차적으로 멈췄다.
이처럼 실질예비력이 100만kW 이하인 위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염 이사장은 과거에도 실질예비력이 100만kW 이하인 상황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지식경제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대응했다고 답했다.
염 이사장은 "정전 사태 당일 전력수급 계획상 예비전력 671만kW 중 2시간 이내에 가동 불가능한 202만kW와 출력 감소에 따른 중앙 급전 발전기의 입찰량과 실제 발전량 사이 오차가 117만kW 포함됐다"며 발전공급능력 과다계상을 시인했다.
또 "오후 1시35분 공급능력 오차를 인지하면서 예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긴급상황에 봉착, 선제적 대응에 실패했다"며 "정부 및 유관기관과 협의해 `발전기 출력 자동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