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자 줄이려 발전전력 부풀렸다니

 정전대란 후폭풍이 거세다. 예비전력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대정전사태(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그 이유로 전력거래소의 전력공급능력 허위 보고를 거론했다. 그런데 이튿날 이게 관행이었다는 야당의 주장이 나왔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력시장운영규칙은 발전사업자가 전날 오전 발전 입찰에만 참여하고 실제 가동하지 않아도 공급능력에 포함된다. 전력거래소의 예비전력 보고가 실제보다 높은 이유다. 전력거래소와 발전사는 이러한 불법 관행을 저질렀고, 지경부는 묵인했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정부와 전력거래소엔 조작과 책임 회피가 판을 치는 셈이다.

 조작 이유를 보니 황당하기에 앞서 슬프다. 한국전력의 누적적자를 줄일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한전은 전기요금이 발전원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가 적은 계절에 발전기를 덜 가동해야 적자 폭을 그나마 줄인다. 국가 기간 인프라를 책임 진 공기업이 생존하려고 조작까지 일삼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야당 의원마저 이 대목에서 혀를 찼다.

 전력거래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전력시장운영규칙을 당장 손봐야 한다. 또 전력거래소와 한전의 통합 운영도 검토할 만하다. 무엇보다 문제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 요금 현실화다.

 이는 지난 달 전기요금체계 개편에도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김쌍수 전 한전사장은 이로 인해 주주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나 정전대란을 계기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말끔히 고쳐야 한다. 워낙 정전대란의 여파가 큰 탓에 요금 현실화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안타깝다. 정부와 전력거래소, 한전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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