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ㆍ기관 영업정지 직전에 무더기 이탈
상장사로서는 유일하게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된 제일저축은행의 거래가 정지된 탓에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기관투자자가 거래정지 전에 이미 다 빠져나가고 외국인도 최근 `먹튀`에 성공했지만, 정보에 어두운 개인들은 가만히 있다가 당장 헐값에 팔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식이 상장 폐지된다면 개미들은 1천340원에 거래정지된 주식을 단돈 10원에라도 팔아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19일 제일저축은행에 영업정지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청했다. 회사 측이 영업정지가 사실이라고 답변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가 시작된다. 답변시한은 20일 오후 6시까지다.
제일저축은행의 감사인은 이날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일저축은행에 제출하게 돼 있다. 감사의견 거절이 나온다면 이날 중으로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통계를 보면 이날 현재 전체 공모펀드 중 제일저축은행을 편입한 펀드는 하나도 없다.
지난 3월 말 현재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제일저축은행의 지분 중 46.41%는 최대주주인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7%는 우리사주조합이, 5.37%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이 보유 중이다. 소액주주의 제일저축은행 보유 비중은 32.17%(413만6천747주)로 돼 있다.
하지만,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지난 5월 말까지 보유지분 5.37%를 모두 장내에서 매도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5월 초 최대주주의 친인척 쪽으로 회사자금이 빼돌려진 사안이 발생했는데, 최대주주가 회사의 부를 이상한 곳으로 돌린다고 판단, 보유지분을 전액 처분했다. 당시에 영업정지까지 올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제일저축은행의 이상기류를 일찍 간파하고 재빨리 위험을 회피했다는 설명이다.
2008년 초 12%를 넘어섰던 외국인의 제일저축은행 보유지분도 올해 5월 이후 0.1%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외국인은 마지막으로 먹고 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외국인은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 발표 1주일 전부터 제일저축은행 주식을 2천500주 가량 순매수해 줄곧 하한가에 가까웠던 제일저축은행 주가를 발표 사흘 전 상한가로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거래정지 발표 이틀 전에 4천80주를 팔았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털고 나간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4월 이후 84만9천905주를 순매수했다. 보유지분을 6.61% 늘렸다. 기관과 외국인이 먼저 빠져나가고 개미들만 남아 `피멍`이 드는 꼴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