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대한민국, 전력위기관리시스템은 없었다

 국가 전력위기관리시스템이 없었다. 15일 우리나라에 전기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164만 가구에 달하는 전국 단위 제한 송전이 이뤄졌지만 예고조차 없었다. 전력수급 불안시 적용하는 비상조치 매뉴얼은 있었지만 상황이 발생하자 무용지물이 됐다. 오히려 피해 당사자들이 모바일 기기로 전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더 빨랐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전력거래소는 15일 오후 3시께 최대 전력사용량이 6726만㎾를 기록, 당초 예상치인 6400만㎾를 초과하면서 전국적으로 30분 단위 지역별 순환정전을 시행했다.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에 실패해 전국 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이날 오후 7시 56분에야 순환정전을 중단하고 전력을 정상 공급했다.

 김도균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은 “다음날 전력수요가 설비용량을 넘어설 것 같으면 알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도 “비상 상황이라 시간적 여유가 없어 사전 예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력거래소가 당일 오전에 ‘비상상황’을 예상했지만, 사전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상 매뉴얼대로라면 우선 일반 주택은 사전 예고없이 전력을 우선 차단하고 고층 아파트나 상업·업무용 건물은 한 시간 전에 미리 알려야 한다. 3순위는 하루 전 예고 조치를 해야 한다. 대형 건물 엘리베이터까지 멈춰 선 것은 전력주무부처와 담당 기관이 매뉴얼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력위기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매뉴얼 수준을 넘어 예방과 대응 및 해결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창섭 경원대학교 교수는 “매뉴얼대로 껐다고 하더라도 순환정전이니 다른 지역에 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며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매뉴얼을 개선하는 등 체계적인 전력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 정전을 하게 돼 불편을 끼쳐 드렸다”며 “가능한 한 발전소 정비를 조기에 완료하고 15일 밤부터 추가 전력설비를 투입하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유창선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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