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학기술 예산 "400억은 넘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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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의회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깎고 싶어도 깎을 게 있나요. 도지사님이 많이 올려주셔야죠.”

 경기도에는 경제·산업과 관련한 행사가 많다. 행사는 도지사와 도의회 경제투자위원장이 항상 귀빈으로 참석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김문수 도지사와 김기선 도의회 경제투자위원장 간에 과학기술 및 IT 예산을 서로 늘려달라며 핑퐁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광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경기도 기술개발사업 3주년 기념 심포지엄’ 행사장에서도 똑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특히 이날은 경투위원장이 도지사에게 한마디를 더 던진다. “경투위원들 사이에 예산심의 거부 움직임이 있어요. 경기도 (경투실) 예산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저 수준이니 뭐 심사할 맛이 나겠습니까.” 평소보다 훨씬 강한 펀치에 도지사가 한방 먹었다.

 내년도 경기도 과학기술 예산이 올해 490억원보다 무려 183억원이 줄어든 307억원으로 설정됐다. 올해의 62% 수준이다. 예산담당 부서에서 방침으로 내놓은 70% 선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도지사가 각별하게 지원하고 있는 기술개발사업 예산은 올해 120억원에서 6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도내 과학기술 관련 부서와 산하기관은 초상집 분위기다. 이원영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은 “내년에는 신규과제는 모집하지 말고 계속과제만 하라는 것으로 결국은 기술개발사업을 종료하라는 의미”라며 “벌써 몇 년째 이런 요구가 반복되니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당초 예산이 줄더라도 추경을 통해 어느 정도는 복구할 수 있었다. 예산을 편성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사업은 빼놓았다가 추경에 밀어 넣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올해도 이런 방법으로 당초 388억원으로 책정됐던 예산을 1차 추경에서 49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예산부처에서 내년에는 이럴 경우 기존 예산을 조정하겠다고 못을 밖아 둔 터라 이런 편법은 더 이상 동원할 수 없게 됐다.

 담당 공무원과 산하기관장들은 결국 축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는 도지사 옷소매를 부여잡았다. 도지사를 회의실로 납치(?)한 이들은 한 시간 가까이 “과학기술 예산을 100억원만 늘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도지사로부터 “예산을 늘려오면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평소 “예산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곳에 더 가게 돼 있는데 과학기술 분야는 너무 얌전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라”고 주문하던 도지사도 세수 감소로 인한 가용예산 부족에는 답이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공은 다시 현업부서와 산하단체로 넘어왔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도지사가 허락했다”는 명분을 하나 얻은 것. “예산담당 부서 문지방을 넘나들고 기획조정실장을 설득하는 노력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죠.” 도내 과기계 인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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