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분산된 새로운 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필요성

 1.8GHz 주파수 대역을 놓고 KT와 SKT가 치열한 경매전 끝에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지불하고 SKT가 해당 주파수 대역을 차지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으로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IMT2000’ 시절에는 그 대가가 1조5000억원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지금의 가격이 비싸다고 할 것은 아닌 듯하다. 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면서도 주파수를 확보해야 기업에 득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독점 사업이 가지는 강력함이다.

 주파수는 국가에 귀속되어 있다.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적인 특혜를 누리게 하는 만큼 국가가 이익을 챙기고 이를 세수로 이용한다. 그렇지만 사업자는 그 이상의 이익을 국민들에게서 거둔다. 결국에는 국민이 사업을 통해 국가에게는 일종의 세금을 내고 기업이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10년 간 지불하는 셈이다.

 국민은 개개인의 선택권이 배제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 구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는 간혹 이런 중앙 집중적인 전파사용권을 활용한 사업이 아니라 개개인이 일종의 네트워크를 개인 간 파일 공유(P2P) 방식으로 구성해서 운영하는 새로운 분산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대해서 생각해왔다.

 만약 멀티밴드를 지원하는 주파수 수신기와 송신기가 있는 단말기가 있고 주변 사람이 가장 가까운 사람 단말기와 통신하기 위해 비어있는 주파수 대역을 실시간으로 찾아낸다면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빈 대역을 연결하고 이 때 주파수를 복수로 연결할 수 있다면 P2P 방식으로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거미줄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탄생할 수 있다. 프로토콜만 통일한다면 굳이 중앙 집중적인 통신사업자가 없어도 통신 인프라를 구성할 수도 있다.

 기술적인 난제도 있고 여러 규제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잊고 살았는데 이와 약간은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철학의 ‘저비용 저파워 셀룰러 데이터 네트워크 기술’이 실제로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이런 기술은 값비싼 이동통신 중계기를 맘 놓고 사서 설치하기 힘든 저개발국가에서 가장 먼저 개발이 되는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의 잘라라바드씨가 개발한 이 기술은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다양한 폐품을 활용해서 오픈소스 무선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처음에는 이 기술이 일종의 가십 정도로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 뉴스를 보고 커티스 하이멀(Kurtis Heimerl) 버클리 대학교 교수가 좀 더 산업적인 차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오픈소스로 설계도 등을 배포하고 있다. 저전력 유럽형 2.5세대 이동통신(GSM)을 지원하는 빌리지 베이스 스테이션(Village Base Station)이라는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이 기술은 실제로 미국 여러 도시에서 테스트도 수행 했는데 결과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이 중계기는 저전력 기기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유지가 가능하며 동네 아무 곳에나 설치할 수 있고, GSM 방식을 통한 음성통화 뿐만 아니라 데이터 서비스도 지원한다고 한다. 시골 같은 곳에 저렴한 셀룰러 데이터 네트워크를 간단히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무선 네트워크가 극히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기술일지도 모르겠다. 더욱 소형화가 가능하다면 멀티밴드 단말기 등에 통합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국가망에 의존해야 하는 중앙 집중적인 네트워크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분산 무선 네트워크 기술은 미래를 위해서 무척이나 중요한 기술이다. 이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새로운 분산 무선 네트워크 기술에 대해서 조금은 더 관심을 두고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네트워크는 속도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공공재적인 특성이 있는 만큼 사회적인 안정성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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