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절반 선처...피해자 79% "쉬쉬"
직장에서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지만, 뒤처리는 대부분 `쉬쉬`하고 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나운서 지망생을 성희롱해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국회가 지난달 말 부결시킨 데서 보듯 성희롱 가해자에게 미온적인 문화는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12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성희롱 사건 후 피해자가 문제 삼아 가해자가 해고됐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가해자가 정직, 감봉, 견직 등의 징계를 받은 사례는 아예 없었다.
가해자가 부서나 근무지를 옮겼다는 응답도 4.5%밖에 안됐다. 가해자에게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경우도 2.7%에 그쳤다.
가해자 신상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46.8%로 절반에 가까웠다.
공감은 민주노총 여성 조합원 1천6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직장들이 전반적으로 성희롱 가해자에게 미온적이다 보니 피해자가 2차 고통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
성희롱 사건을 신고한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서나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는 응답이 10.6%나 됐다. 심지어 피해자가 해고되거나 근로계약 경신을 하지 못한 경우(2.9%)도 있었다.
피해자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거나(6.7%) 부서나 근무지 이동을 자청한 경우(14.4%)도 적지 않았다.
가해자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가 되려 2차 피해를 보는 문화에서는 대다수가 성희롱을 당하고도 침묵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성희롱 근절은 더욱 어려워진다.
피해자 중 성희롱을 당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78.9%에 달했다.
가해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사과를 요구한 예는 11.2%에 불과했다. 상사나 고충처리기구 등 제삼자에게 알리고 조치를 요구했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성희롱 피해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가해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도록 하려면 성희롱 피해구제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고충처리기구는 가해자와의 인간적 유대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국가인권위원회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돼도 조사 과정이 길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사업주가 성희롱 피해 사실을 파악한 경우 잠정적으로라도 근무지를 조정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곳에서 일하지 않도록 하는 등 피해자 보호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인권위에 진정하더라도 인권위 권고가 강제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