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어제 서울시장 출마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양보했다. 대중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단이다. 한쪽에선 두 사람의 역할 분담론이 제기됐다. 안철수 원장의 눈이 대권 가도를 향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성급한 추측일 뿐이다. 안 원장도 서울시장을 정치보다 행정에 가까워야 하는 자리로 여긴다. 설령 역할 분담론이 사실일지라도 시장 선거 이후의 이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한나라당은 ‘구태의연한 단일화쇼’로 매도했다. 민주당은 ‘진보세력 단일화 열망’으로 해석했다. ‘자기 논에 물 대기’식 사고다. 국민들이 안철수 원장에게 열광한 이유를 정치권은 여전히 모른다. 소모적인 정치 공방과 갈등에 대한 국민적 혐오가 낳은 게 바로 ‘안철수 신드롬’ 아닌가.
기성 정당들의 허약한 기반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치권에 있지 않은 한 개인의 등장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정당들이 완전 들러리가 됐다. 정당들은 그 이유를 철저히 새겨봐야 한다.
안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기대가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저를 향해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기존 정당들은 리더십 공백을 스스로 메울 수 없는 정치인 부재를 제대로 반성할 일이다. 철저한 반성 없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내년 총선과 대선도 기약이 없다.
20대부터 40대까지 사회 중추 세력들의 정치 혐오가 극에 달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런 혐오는 정치인들에게 정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뿐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무조건적인 반감을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바꿀 방안을 마련하는 게 안철수 소동이 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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