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무엇을 오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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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는 주부 김씨(32세). 지난 주말을 이용해 드디어 스마트폰족 대열에 합류했다. 새 휴대폰이 개통되자마자, 김씨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카카오톡할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례2. 국민여가수 아이유를 배출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신원수 대표는 요즘 댓글 읽는 재미에 빠졌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를 보는 순간에는 신기할 따름이다. 자신의 회사에서 배출한 혼성그룹 써니힐의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는 한글보다는 영어·일어·중국어 등 외국어가 더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글로벌 SNS 환경으로 인해 콘텐츠 유통과 가수들의 활동에 국경이 사라졌음을 실감한다고 그는 말한다.

 

 ‘참여·개방·공유’라는 인터넷의 가치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기업들의 ‘오픈 전략’도 이를 반영하듯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물결이다.

 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이자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예측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앞으로 세상은 단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것이고, 제품과 사람과 서비스가 그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인터넷과 휴대폰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신분과 직업에 상관없이 디지털 세상을 향유하게끔 만들었다. 정보 접근성을 높이면서 정보의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역학관계에도 상당한 민주화를 이뤄냈다. 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거래 시스템은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7 대 3’이라는 황금 거래비율을 만들어 냈다.

 실제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에는 수천개의 공짜 앱이 있다. 유튜브에도 전 세계 젊은이들이 올린 동영상이 클릭을 기다린다. 사용자들은 UCC를 직접 생산하거나, 다른 사람이 올린 영상을 소비한다. 이같은 디지털 문화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은 소위 프로슈머가 된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그렇다. 브리태니커 사전 인터넷판이 10만여개의 정보를 담고 있는 반면 위키피디아는 120개의 언어로 400만개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키피디아가 벌써부터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지식의 저장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오픈 묘책이 필요할까. 어떤 영역을 오픈해야 하고 무엇을 열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오픈 대상에는 ‘플랫폼’에서부터 장기적으로 ‘국경과 경제권’도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몸에 익힌 S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인재경영’,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고객만족 경영’도 기업의 오픈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세계 최대 IT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은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구글은 그동안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펼쳐 왔다.

 스티브 잡스가 이끌어 왔던 애플은 통신사 중심의 모바일 콘텐츠 유통환경을 상당부분 개방시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혁신적기기는 물론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만들면서 개발자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제공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폐쇄적으로 유통돼 왔던 콘텐츠는 개발자가 앱스토어에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앱을 다운로드하는 개방형 유통구조로 바뀌었다. 애플이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을 단숨에 바꾼 것이다.

 ‘인재경영’ ‘고객만족 경영’도 기업의 문호를 개방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연다는 측면에서 빠뜨릴 수 없다. 글로벌 경영은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어 실리를 추구하는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요건이 됐다.

 국경 없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제품과 서비스의 이동에서 국경이 사라져 가고 있다. 기업들은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진출한다. 국가 및 지자체 역시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일례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개혁개방을 기치로 내걸고 수많은 글로벌 자본을 유치했다. 특히 신성장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전 세계 태양전지의 43.2%를 공급하는 세계 1위 생산국이다.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는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줄기세포 투자는 세계 3위, 제약시장 규모는 4위다. 오픈 전략을 바탕으로 그린·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유능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기업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 ‘인재경영’도 필요하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젊음의 활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의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젊은피 수혈이 요구된다. 또 특정 분야 전문가이면서 실제 연령에 비해 젊은 사고와 마인드로 무장한 뉴시니어들의 활약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한 순간의 성공에 취해 노화를 인식하지 못하면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창업 성장기 조직에서는 열정 협력 실험정신이 충만한 반면, 성숙기의 조직에서는 노화의 징후가 감지된다”며 “조직이 성숙기의 강점과 창업·성장기의 강점을 겸비해야만 기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성장도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젊음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능력을 중시하며, 유능한 인재풀을 바탕으로 기업 생존에 직결된 도전적 문제를 의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3M·듀폰·캐논·IBM 등은 창업한 지 수십, 수백 년이 지났지만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지속하면서 장수기업 대열에 올랐다.

 리처드 왓슨은 그의 저서 ‘퓨처파일’에서 “미래 사회의 경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이 주도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 직원들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원의 아이디어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 및 환경과 적극적으로 교류함으로써 공감을 회복할 수 있다. IBM은 스마트 플래닛이라는 프로젝트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고 있다. GE 역시 전지구적 관심사인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의료기기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에코메지네이션’이라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생태계(Ecology)와 상상력(Imagination)의 합성어인 에코메지네이션은 친환경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고객과 환경의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GE의 의지를 상징한다.

 인수합병에 대한 기업 최고경영자의 마인드 전환도 요구된다. 세계적 경제매체인 포천이 글로벌 500개 기업의 M&A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 간 1억달러 이상의 M&A를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3회 이상 M&A를 추진한 기업도 전체 대상 중 32.9%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시스코가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IBM(19건), 존슨앤존슨(15건) 순이었다.

 글로벌 500기업 중 지난 10년 간 273개(55%) 기업만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지위를 유지했다. 반면 227개 기업은 500대 순위에서 탈락했다. 순위를 지속 유지한 기업은 순위에서 탈락한 기업에 비해 M&A 활용도가 3배 이상 높았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500대 기업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 중 M&A 활용기업이 비활용기업에 비해 매출액 성장률이 연평균 5.8% 높아 글로벌 기업은 M&A를 성장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M&A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국내 기업 간 M&A 건수는 세계 32위권이고, 해외 M&A 건수는 38위를 기록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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