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재래시장 상품권을 어쩔꼬..."

"시장 상인도 돕고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긍정평가도

"받긴 받았는데 쓰기는 어렵고.."

6일 삼성 임직원들에 따르면 추석을 맞아 그룹 차원에서 지급된 재래시장 상품권의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임직원들이 적지 않다.

삼성그룹이 내수 경기 진작 차원에서 임직원 10만명에게 1인당 20만원씩 총 490억원 규모로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을 일괄 풀었지만, 주거지가 대부분 대도시인 삼성 직원 입장에선 재래시장까지 찾아가는 자체가 `일`이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상품권을 받기는 받았는데, 마땅하게 쓸 데가 없어서 고민 중"이라며 "주말 내내 상품권 사용처를 생각했지만 결국 한 장도 쓰지 못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상품권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다"면서 "집에서는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서울이나 도시에서 사용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주변에서 처치곤란이라는 분위기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시장에서 현금을 선호하다보니 상품권을 사용하는데 눈치가 보이고 받지 않는 곳도 많아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예 `상품권깡`으로 현금화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실제로 한 포털 사이트에는 최근 며칠간 온누리상품권을 판다는 게시글이 크게 늘고 있는데 대개 `상품권 20만원어치를 18만-19만원에 판다`는 내용이다.

한 직원은 포털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상품권이 현금이 아니라 시장 상인들이 다른 데서 바꿔야하기 때문에, 상인들도 불편하기만 하다고 한다"며 "써본 사람들 얘기가 다 눈치보면서 썼다고 해서 겁나서 못 쓰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 계열사 직원은 "구두방 등에서 10% 정도 할인해 되사주기 때문에, 주변에 아예 깡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며 "줄 거면 아예 현금으로 주지 불편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풀린 490억원의 상품권 가운데 10%만 `상품권 깡` 시장에 풀려도 규모가 50억원에 달하는 만큼, 재래시장 상품권이 음성적 상품권 시장에서 새로운 `주류`로 떠오를 것이란 냉소섞인 지적도 나온다.

물론 "재래시장 상인도 돕고 가계에도 보탬이 되는 좋은 선물"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있다.

서울이 거주지인 한 직원은 "집이 송파구인데 인근 재래시장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요긴하게 쓸 것 같다"며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가격차가 심하면 6배씩 난다는데 고기 등 추석 장보기에 잘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서초나 강남구 같은 경우는 인근에 마땅한 재래시장이 없어서 사용이 곤란할 수 없지만 나머지 지역은 거주지 근처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며 "남대문 시장 등 큰 시장에서도 통용되기 때문에 이용에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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