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이 할 일을 기업이 하는 나라

 기업들이 인재를 직접 키운다. 삼성전자는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와 미래 IT 분야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는 ‘IT융합학과’를 개설하기로 했다. NHN은 얼마 전 10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120명의 인력을 양성하는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기술 융합 추세를 제대로 읽고 전문성을 발휘할 인재를 기업들이 얼마나 갈구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거꾸로 대학이 제구실을 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오죽하면 기업이 직접 교육기관을 신설하고, 대학 교과과정도 만들겠는가.

 물론 대학은 기업 인력만 배출하는 기관은 아니다. 기초 학문을 비롯한 지식과 진리 탐구의 공간이다. 하지만 대졸자의 주 진로가 취업인 현실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 양성은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다. 아직도 많은 교수들이 낡고 낮은 지식을 가르친다. 정작 기업들은 쓸 만한 대졸자도 없고, 대학에서 배워야 할 것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이 시대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대학이 배출하길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일부 이공대학들이 융합형 과정을 만들고 학과 간 교류를 시도한다. 바람직하다. 더 노력하고 과감해야 한다. 공학 범주 내 융합도 좋지만 인문학까지 다양한 융합을 이끌어낼 교육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교수 임용도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학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산학협력중점교수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융합 교육은 새 것에 대한 다양한 접촉과 경험이 많을수록 효과가 높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 대학들은 아직도 닫힌 공간이다. 기업이 이런저런 과정을 만들자며 대학을 찾기 이전에 대학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대학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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