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실업 문제와 ‘외국인 고용 쿼터 경쟁’으로 대변되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쾌도난마처럼 풀어내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다.
프로브 카드 전문업체 윌테크놀러지(대표 김용균)는 학력 차별을 없애고 열린 고용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중기로 꼽혀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 관료들이 총출동해 직접 방문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정상적 작동을 검사하기 위해 칩과 검사장비를 연결하는 비메모리 모듈을 만든다. 지난 2001년 설립됐으며 관련 분야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발탁됐다. 이후 이 회사는 프로브 카드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 경쟁업체 제품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85억원의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평범한 제조기업일 것 같은 이 회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파격적인 채용 방식. 관리직·기술직 모두 학력제한을 없애 전체 직원의 42%가 고졸이다. 또 고졸 직원이 경력 4년차가 되면 대졸 초임보다 높을 수 있도록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인근 수원정보과학고·한일전산여고·삼일공고 3개 특성화고교에서는 이 회사에 취업하려는 인재들이 줄을 선다. 물론 이같은 성과가 나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산학협력을 체결해 우수한 인재들을 찾을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 놓고 정부가 임금을 지원하는 청년인턴 사업도 고졸 위주로 운영하는 등 다양하게 힘을 기울였다.
“중기는 인력 확보가 회사의 명운을 결정한다고해도 과장이 아닐 듯 싶습니다. 사실 인력을 뽑아보면 대학 정규 졸업자와 고졸자 큰 실력 차이도 없더라구요. 일찍부터 이런 관점을 갖고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상을 세우고 찾아 나섰던거죠.”
김용균 사장의 이같은 노력은 직원들의 로열티도 높일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산학협력으로 핵심 기술력도 확보하고 윌테크놀러지를 실력 있는 중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통령은 이 회사의 사례를 보고받고 “학력보다는 능력이다. 시대가 그런 변화를 맞아야한다”면서 “정부가 제도적인 것을 파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공무원을 뽑을 때 의무적으로 고졸이나 특성화고교를 나온 사람을 뽑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사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유민지 학생(수원공고 3)은 “정부가 젊은이들이 대학을 못간 것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