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살려야 한다]<하>코스닥 브랜드를 키워라

 구글, 델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시스코, 아마존, 이베이 등의 공통점은 바로 나스닥에 상장된 글로벌 IT 기업이다. 이들이 바로 1971년 창설해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나스닥을 기술시장으로 유지시켜준 근간이다.

 그렇다면 세계 2위 기술시장으로 꼽히는 15년 역사를 지닌 코스닥 시장은 어떨까? 2004년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데 이어 2008년 인터넷 대장주인 NHN마저 시장을 옮겼다. IT 기술주 시장을 자처하는 대표기업이 하나둘 시장을 떠났다. 코스닥에 늘 유가증권시장 ‘2부리그’란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세계 주요 신 시장 가운데 코스닥 시장은 미국의 벤처기업 중심시장인 나스닥 시장 다음으로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래대금이 4122억달러로 나스닥 시장(12조6592억달러)에 이어 2위 규모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이 나스닥처럼 성장하려면 유가증권시장의 ‘2부리그’가 아니라 코스닥시장 자체의 특성과 브랜드 파워를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 코스닥 기업 수는 닷컴버불이 붕괴된 200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지만 그 사이 시가총액은 3배 성장에 그쳤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수는 70개 늘었지만 시가총액은 6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은 성장세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주가관리 어려움을 이유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을 추진하거나 코스닥 상장 포기를 고려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이 첨단 기술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옮기지 않고 나스닥 시장에 머물러 있는 반면, 코스닥 우량기업들은 인지도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고 있다. 따라서 코스닥 시장이 특화되지 않는다면 우량기업들을 계속 뺏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희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통합된 상황에서 코스닥 시장은 유가증권시장의 보완적인 시장으로 기능하면서 모호한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투자자 위주인 것도 코스닥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지난 6월 기준 91.8%를 차지한다. 기관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 비중이 각각 21.5%와 18.6%인 것과 차별화된다. 기관들은 코스닥 투자 주저 이유를 대내외 시장 불안 요인에 취약한 높은 변동성을 꼽고 있다.

 한 기관투자자는 “기관이 투자를 하려면 미래를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코스닥 시장은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우량주가 없고 테마로 구분되는 개별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섣불리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상장실질심사제와 소속부 제도를 도입해 신뢰성을 높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거래를 활발히 하기 위해서는 코스닥기업들의 규모가 커질 필요도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NHN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시장에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며 “코스닥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NHN과 같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증권시장 연도별 시장 현황

 코스닥시장 연도별 시장 현황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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