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황당 요구, 이정도일 줄이야...국내기업 83%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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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제약회사 A사는 ‘의약품이 효과가 없다’는 항의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다. 의약품의 경우 식약청 기준에 따라 정밀하게 제조해서 인·허가를 받기 때문에 약효가 없을 수 없다는 게 A사측 얘기다. 따라서 약효가 없다는 고객의 주장은 부적절한 용법 등의 문제일 수 있지만 달리 해법이 없어 고객의 환불요구를 서둘러 들어주고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2 : 중소 식품회사 B사는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갔다’고 주장하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화된 공정과 철저한 위생 관리 속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물질이 들어갈 확률이 크지 않지만 이러한 항의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B사는 “이런 사실이 언론과 인터넷에 퍼질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보다는 그냥 금전적 보상을 해 주는 편”이라고 밝혔다.

#3 : 유통회사 C사는 사소한 제품 문제에도 항의방문을 해 큰 소리를 내는 고객들이 잦다고 호소한다. 또 대응설명을 하려고 하면 ‘손님에게 반말을 한다’, ‘내 말을 무시한다’며 경찰을 부르기 일쑤여서 한 달에도 3~4차례씩 경찰이 다녀갈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구입한지 1년이 지난 제품을 들고 와 나사가 하나 빠져있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거나 물놀이용품을 구입한지 2~3개월 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환불을 요구하면서 매장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우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C사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영업에 방해가 될뿐더러 다른 손님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에 환불은 물론 택시비까지 줘서 보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내기업 10곳 중 8곳은 ‘소비자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1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내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블랙컨슈머로 인한 기업피해현황과 대응과제’를 조사한 결과, 83.4%에 달하는 기업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거나 논리적으로도 지나친 고객들의 요구, 이른바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험한 적 없다’ 16.6%> ‘이런 일이 자주 있다’는 응답비율은 23.2%, ‘가끔씩 있다’는 응답은 60.2%였다.

블랙컨슈머란 기업을 상대로 구매한 상품에 대해 보상금 등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기업이 꼽은 고객들의 부당요구 유형으로는 ‘적정수준을 넘은 과도한 보상요구’가 57.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규정에 없는 환불·교체요구’(35.2%), ‘보증기한 지난 후의 무상수리 요구’(6.5%)가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며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인터넷·언론 유포 위협’(71.0%)을 가장 많이 지적했고, 이어 ‘폭언’(39.7%), ‘고소·고발위협’(17.6%), ‘업무에 방해될 정도의 연락과 방문’(16.8%) 순이었다.

‘고객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71.7%의 기업이 ‘수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수용한 적 없다’ 28.3%> 그 이유로는 ‘기업이미지를 훼손할까 우려해서’(79.8%)라고 응답했다.

실제 조사기업의 50.4%는 ‘인터넷의 악성 비방이나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로 인해 기업이미지 훼손과 제품판매 감소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기업차원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운영 중인 제도가 있는지’를 묻는 물음에는 ‘제조물책임보험(PL) 가입’(50.7%), ‘리콜제도 운영’(37.2%), ‘소비자불만자율처리프로그램(CCMS) 도입’(26.4%) 등의 순CM 답했으며, <복수응답> 현행 소비자 보호제도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이나 소송내용이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기업에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는 점’(62.7%)을 가장 많이 우려했다.

소비자문제 관련 개선과제에 대해서는 ‘문제발생시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 대신 사실확인을 거쳐 처리하는 풍토 정착’(51.9%)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인터넷 등의 악성비방이나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 지양’(24.8%), ‘기업의 책임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해 기업 부담을 완화’(14.3%), ‘기업에 억울한 피해 없도록 집단분쟁조정제도 및 단체소송제도의 합리적 정비’(9.0%) 순으로 답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들어 소비자 주권의식이 높아지고 각종 보호제도가 강화되는 추세에 편승해 일부 소비자들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와 함께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도 기업이 보호받을 수 있는 균형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tre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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