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부터 올해까지 매년 한차례 이상, 창업·벤처 활성화 대책이 나왔다. 연내 목표로 추가 대책도 준비 중이다. 성과도 적지 않다. 신설법인이 꾸준히 늘었다. 벤처 기업 수는 폭증세다. 이미 2만6000개사를 훌쩍 넘어섰다. 2001년 벤처버블기에 1만1000여개사 안팎에 불과했다. 크게 감소추세를 보이더니 어느새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제2 벤처 붐이 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유는 ‘코스닥’에 있다. 한국 벤처생태계 핵심 키(열쇠)중 하나인 코스닥이 부진해서다. 기술·아이디어로 창업한 벤처기업가는 상용화 과정에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벤처캐피털이 그 역할을 한다. 벤처는 이 자금으로 성장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시점, 코스닥 문을 두드린다. 막대한 자본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서다. 지금 그런 곳이 많지 않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서다. 코스닥 시장에 올라있는 회사 가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상장 업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자, 의욕이 꺾인다. 자연스럽게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미 상장한 회사도 마찬가지다. 기대만큼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다. 코스닥 기업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기업 가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힘이 빠진다.
벤처캐피털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우량한 업체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모색한다. 수익은 벤처기업(피투자회사) 코스닥 상장을 통해 시현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경우 인수합병(M&A)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답이 코스닥 시장 뿐인 셈이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회수 현황을 보면 M&A가 420건으로 상장(IPO) 72건의 5배가 넘는다. 우리는 M&A시장이 사실상 없다. 코스닥이 막히면 회수도 안 된다. 회수가 안 되면 투자는 당연히 경색된다. 회수 정체로 인한 투자 부진, 이는 벤처 경기 침체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코스닥은 벤처캐피털 회수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벤처투자가 살아난다”고 말한다.
우려되는 것은 코스닥 부진이 최근 한창 열기를 내뿜고 있는 창업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2000년 전후 창업 열기가 뜨거웠던 데에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공한 선배 기업가가 많아서다. 그들을 보면서 많은 청년들이 성공의 꿈을 키웠다. 최근에는 그 꿈을 체감할 수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 한 엔젤투자자는 미국서 창업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한 다리만 건너면 창업해 일확천금을 벌어들인 사례를 듣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성공한 사례를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욕을 키우는 것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 역동성은 우리 경제에 중요하다. 대기업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 침체는 신규 창업 및 벤처 활성화 부진으로 이어진다. 그 파장은 그대로 우리 경제에 미친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시장을 살리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진호·김준배·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