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1조 출연 최종안` 밝힐지 미지수
31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의 간담회를 앞두고 각 그룹이 어떤 `공생발전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모임은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새로 제시한 `공생발전`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당부하고 그룹 회장들이 돌아가며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범현대가 오너와 계열사들이 5천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데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5천억원의 개인재산을 기부하기로 하는 등 `선수`를 치자 다른 그룹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생발전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범현대가 오너들의 거액 기부 발표로 기업이 아닌 오너 개인의 사재 출연이 사회공헌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 대통령도 이를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칭찬한 것으로 알려져 다른 그룹들 사이에서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나 사안의 성격상 쉽게 결정을 내리지도 못해 재계 전반이 고민에 빠진 양상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특검 수사 이후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지를 청와대 회동에서 밝힐지는 미지수이다.
이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다 실명화한 삼성 계열사 주식 총액 2조1천여억원 가운데 남은 돈은 1조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사회공헌연구실을 만들어 현금 기부, 주식 기부, 재단 설립 등의 방안을 놓고 장·단점을 파악하는 한편 선진국의 기부 사례 등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용처가 정해진 바 없고, 청와대 회동이나 추석 전 등 가까운 시일 안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사회적으로 유익하게 쓸 방안을 차분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포기 발표 등과 마찬가지로 1조원 출연 방안 등을 포함한 공생발전 전략을 다른 그룹에 앞서 선제로 내놓을 방침이었지만, 현대차에 `선수`를 빼앗긴 만큼 상당기간 발표가 늦춰질 공산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순수 개인 기부 규모로는 사상 최대 액수인 5천억원의 `통 큰 기부`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여론의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청와대 모임에서 그 취지와 내용 등을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특히 "저소득층 자녀가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접하도록 기금을 조성해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LG는 청와대 회동 때 밝힐 사회공헌 및 동반성장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확정해 발표할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 모임 때 내놓을 내용을 준비하고 있으나 현재 공개할 만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LG전자는 1969년 LG연암문화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개 공익재단에 약 4천600억원 규모를 출연해 왔다.
SK는 2006년 행복나눔재단을 설립해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고 사회적 기업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어 청와대 회동에서 추가로 소개할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행복나눔재단은 SK텔레콤이 실업극복국민재단과 공동으로 결식 이웃 도시락 급식사업을 벌인 것을 계기로 2006년 6월 창립돼 `행복 도시락` 사업과 `행복한 학교` 사업, 대학생자원봉사단 `서니(Sunny)`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SK그룹이 이런 사업을 위해 만든 사회적 기업은 모두 69개사다.
포스코는 성과공유제 확대, 벤처창업 지원 강화, MRO 사업 `영업이익률 0%` 달성 등 3대 분야 목표를 위해 향후 3년간 2천억-3천억원을 들이겠다는 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오너가 있는 기업이 주로 하는 사재 출연 등의 실천보다는 선순환적인 동반성장 또는 공생발전 시스템 창출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런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이재현 회장이 제시한 진정성, 지속성,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3대 원칙을 기반으로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정책을 펴나가기로 했다.
특히 지역 중소업체를 자금·유통 지원해 명품 브랜드로 키우고 중소 협력사에 대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정책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 E&M 등 주요 계열사가 1천억원 규모의 상생자금을 만들어 중소 협력업체와 가맹점주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 회동에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여러 방안을 검토하거나 준비하고 있다"며 "정몽구 회장의 갑작스런 사재 출연 발표로 부담이 가중된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