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창의로 진화하는 IT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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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정부는 국내 산업기술 분야에서 IT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뉴 IT전략, IT 코리아 미래전략, IT융합 확산전략 등 IT융합 육성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다.

 정부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는 수년간 IT융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성과로 세계 최초로 조선 생산현장에 와이브로를 적용한 ‘디지털 조선소’를 조성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표준화 진행 중인 ‘e-Navigation(스마트 선박)’ 기술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현대중공업이 공동으로 개발, 세계 1위의 해운사인 AP-Moller사 선박 50척에 탑재해 인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 초음속 고등 훈련기인 ‘T-50’의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 T-50기 16대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T-50에 적용되는 SW는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록히드마틴사에서 차세대 훈련기 개발 사업에 우리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협상 중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안주하기에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오늘날 기술개발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술 강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의 확보가 필수 과제다.

 경영학 분야 거장이자 성공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06년 국내에서 개최된 제 7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 기업들이 보통 쉽게 선택하는 모방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일본이) 20년 전 장기 불황으로 접어든 이유는 바로 외형과 모방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난 날 우리는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미래 핵심 기술을 꽃피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LCD, 인터넷, 이동통신 등 IT 산업에서 세계와 경쟁할 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으며, 이는 국가적으로 자랑할 만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터 교수 지적대로 우리가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지금까지 Fast-Follower(빠른 추격자)에서 한 차원 진화한 First Mover(선도자)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수다. 무엇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정부에서는 국내 산업계의 창의 역량 강화를 위해 ‘창의IT 아이디어 공모전’ 및 ‘창의IT 발명캠프’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의IT 융합은 시장을 선도할 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하는 기술개발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는 이번 공모전 및 발명캠프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술적인 타당성 검증 등을 통해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글로벌전문기술개발사업 등 국가 R&D 사업에 본격적인 기술개발 과제로 연계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창의 융합기술은 기술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하면 보상이 매우 큰 ‘고위험·고수익(High-Risk·High-Return)’의 특성을 지녔다. 이런 특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R&D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성실·실패 제도를 도입·운영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가 모여 더 큰 아이디어가 되고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킨다. 이번 창의IT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가 대거 쏟아져 IT 융합시장의 초석을 닦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suhyj@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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