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4일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낮췄다.
이달 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이어 3주 만에 일본마저 신용등급 강등 타깃이 됐다.
이날 일본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엔고’를 막기 위해 해외투자기금 1000억달러를 풀기로 하는 초강수를 뒀다. 재정위기에 빠져 있는 유럽 국가로 전세계적 신용 강등 도미노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이날 일본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일본 국가신용등급 하향 배경 역시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다. 일본 정부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0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앞으로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에 국채발행을 통한 추가 재정지출을 계획하고 있어 재정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따라 무디스의 일본 신용등급은 S&P, 피치 등 여타 주요 신용평가회사들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이 유럽국가로 확산되는 것이다. 특히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피그스(PIGS) 5개국에 대한 대출이 크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보다 신뢰도 및 건전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유럽 국가 신용등급 하향 우려는 실제로 유로 채권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으로 미국 내 6580억달러에 달하는 머니마켓펀드(MMF)중 유럽 은행채 비중은 7월 말 기준 47%로, 5월 50.2%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이는 최저 수준인 2008년 45.4%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채 비중은 6월 말 0.8%에서 7월에는 0%로 낮추며,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유럽은행 유동성 위기 혹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아울러 “이번 일본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자체로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지만 신용등급 하향 조정 추세가 유럽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던져 주었다는 점에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76.6엔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지난 19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점인 75.95엔 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적 안전자산 선호로 비롯된 이 같은 엔화강세는 앞으로는 다소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채현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고, 26일 미국 연준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게 되면 달러당 76엔을 고점으로 약세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은 일본 충격 없이 강세로 출발했지만, 기관들의 매도 공세에 밀리면서 21.90포인트(1.23%) 빠진 1754.78로 마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