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아래를 위한 혁신

  냉전 이후 구소련 연방과 중국·인도·남미의 여러 나라가 외국 투자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성장하는 다국적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이들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을 공략하면서 많은 제품을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팔았는데, 아시아와 남미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새롭게 떠오른 시장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 문호가 개방될 때처럼 다국적 회사가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보다는 다소 신중한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하류층을 위한 시장을 생각해야 할 시기다. C. K. 프라할라드와 스튜어트 하트는 소비여력에 따라 계층을 크게 4계층으로 분류 했는데, 가장 소비여력이 많은 1인당 연간 소득 2만달러 이상 1그룹이 약 7500만~1억명, 소득 1500~2만달러 정도의 2와 3그룹이 15억~17.5억명, 그 이하인 4그룹이 무려 40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많은 다국적 회사들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이런 방대한 시장과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윤이 많이 남는 프리미엄 제품들과 중산층까지만 목표로 삼고 경쟁 하고 있다.

 40억에 이르는 4그룹이 언제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될까. 결국 그들도 성장을 하고 조금씩 구매력도 갖추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전진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나 요즘처럼 전 세계가 연결되고 개인 간 네트워크가 발전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변화가 좀 더 빨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과거와 같이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해서는 쉽게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으로서의 삶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형태의 접근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시도를 많이 하지 못했던 일반적인 기업들이 진입을 꺼릴 수밖에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최하층이 많은 시장에는 전반적으로 가난 때문에 사회전반이 절망적인 분위기다. 일부 권력층의 부패가 문제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테러도 많다. 이런 불확실성도 다국적 기업들의 결심을 방해하는 커다란 이유가 된다.

 그렇다고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넘는 이들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옳을까. 아마도 현재의 사업방식이나 기술로는 이들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위험도 크고 별다른 실익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파괴적인 혁신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한다면 훨씬 가능성은 높아진다.

 만약 아주 분산되고 작은 크기의 사업체를 전 세계적인 규모로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는 초대형 공장 몇 군데에서 엄청난 양을 생산하고 이를 전 세계로 운송을 하게 되는데, 그런 방식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되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지역사회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해당 지역사회의 사람들에게 판 물건이 그들의 삶을 증진시킬 것이다. 이들이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다면 문화적인 문제나 환경파괴의 문제, 이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통해 다국적 회사들도 어느 정도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사업은 기업들이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특히 다양한 NGO들과 해당 국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4그룹 시장은 지역의 기업가들이나 사람들을 움직이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해서 변화를 추구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더욱 활발해진다면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 가장 풍요로운 1그룹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지나친 자원의 소모를 유도하고 거래 과정 속에서 실질적인 가치의 분배보다는 양극화를 만들어낼 여지가 많다. 이런 부분에 모든 기업들이 집중한다면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에 비해 4그룹 시장은 지역사회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가장 인간적인 삶에 필수적인 요구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되므로 우리 지구라는 자원의 보다 효율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소비가 가능하다. 이제는 아래를 위한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정지훈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 jihoon.jeong@gmail.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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