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IT융합 활성화전략 토론회] "경쟁문화가 창의성 막아…HW 중심 전략 탈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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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전자신문이 후원한 `창의IT융합 생태계 활성화 전략 토론회`가 지난 18일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SW 기술력과 창의적인 융합 서비스가 IT산업을 흔드는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기존 제품 서비스에 인문학·사회과학·예술 등의 다양한 학문과 아이디어를 접목한 새로운 융합 서비스가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국가 R&D 체계나 내용, 프로세스도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재정비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난 18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지식경제부 주최로 ‘창의 IT융합 활성화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200명이 넘는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 주요 내용을 발췌해 싣는다.

 ■토론자

 ◇사회:김덕현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강명수 지경부 정보통신정책과장

 김광진 KT 신사업1팀장

 신재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IT융합단장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장석호 성균관대학교 융합비즈니스센터 교수

 정명애 ETRI 창의연구본부 부장

 조동호 KAIST IT융합연구소 교수(부총장)

 한만철 산업기술평가관리원 IT융합 PD

 <가나다 순>

 

 ◇사회=오늘 토론 핵심은 창의 IT융합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인재 양성과 R&D 및 기업문화 개선 등이다. 창의 IT융합을 활성화하려면 사회적인 분위기나 제도·교육·투자 등 다양한 과제 해결되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장석호 교수=애플 제품은 원래 있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기술 자체보다 철학,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여러 플레이어에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고 개발자에게 70%의 판매수익을 주는 형태로 한국에선 상상도 못했던 접근을 시도했다. 이러한 접근 자체가 창의적이었다. 이 같은 전략이 나오기 위해선 기업문화나 업무방식,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창의 IT융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략·철학을 바꾸는 논리적 융합, 시스템 변화를 위한 관리적 융합이 필요하다. 우선 관리적 융합의 경우 제도를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 문화는 팀워크가 안 된다. 낮에 일하기보다 저녁에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경쟁문화 때문이다. 경쟁문화를 바꿔야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다.

 논리적 융합 측면에서는 시나리오나 스토리텔링이 없는 것이 문제다. 물리적으로 하드웨어를 강조했던 풍토만으로는 경쟁력에서 뒤처진다. 그동안 소프트웨어나 공짜 콘텐츠 문화가 만연했기 때문에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관리적 융합 대안으로는 교육과 평가지표가 핵심인데 혁신과 융합을 지향하는 평가시스템이 부족하다. 대학입시부터 기업평가, 정부과제를 선정하는 모든 과정에서 팀워크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육도 문제해결 방법론, 브레인스토밍 방법론 등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기법을 우선 가르쳐야 한다.

 논리적 융합 관점에서 보면 국가 R&D에서 ‘Why’를 제시하는 단계를 추가해야 한다. 소비자 요구를 깊이 연구하고 수렴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정명애 부장=창의적 R&D를 위해서는 조사나 분석, 평가에 창의적이라는 항목을 넣어야 한다. 평가표를 보면 국책연구과제로서 필요성, 발전 가능성 등을 따지는데 창의성이라는 평가 항목도 넣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국가 R&D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시도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소에서 나오는 과제는 과제를 위한 과제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발명캠프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것을 정해보고 국가 R&D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 IT융합 역할은 신성장동력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에 도움이 돼야 한다. 기존 제품이나 산업뿐 아니라 조금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을 전개하는 것이 경쟁력 제고나 국력 강화 측면에서 필요하다.

 ◇사회=사업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풀(Pool)로 만들고 공유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IT서비스 분야에서 창의 IT융합 사례나 문제점은 없는가.

 ◇이지운 전무=IT서비스산업협회 최근 조사에 따르면 IT서비스 업계는 창의 IT융합 관련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서로 공유하는 초기 단계다. 창의교육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상용화하는 수준은 아니다. 외부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문화는 인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IT서비스 업계 당면 과제는 무엇보다 10여년간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첫째 많은 기업이 있으면서도 기업별로 특화, 차별화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애플·구글과 같은 기업이 나올 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IT강국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왜 SW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안 나오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저가수주, 경쟁 환경 악화, 기업 경쟁력 약화 등 악순환 반복이 원인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두 번째는 생산성 향상, 품질 향상, 원가 절감이라는 논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세 번째, 세계적 IT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만들지 못하고 해외 기업을 따라하는 것에 그쳤다.

 방법은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IT서비스 산업은 B2B만 고민했는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IT전문가가 아닌 혁신 전문가가 돼야 한다. 창의와 융합을 컨버전스하는 혁신 전문가가 되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창의 IT융합 활성화를 위한 별도조직이 정부 내에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BM거래소 같은 개념의 서비스를 만들어서 젊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BM이 거래되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동호 교수=창의연구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나라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가는 데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창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 문제라기보다는 교육과 연구 문제다.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잘하는 사람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야 한다. 창의라는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창의가 아닌 사례를 잘 알려줘야 한다.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면 연구에 돌입할 때 본인 전공을 버려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전공만 앞세우면 창의연구가 안 나온다. 또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공간에서 일을 하게 되면 창의적인 연구를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만철 PD=장기적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오는 11월 일반인 대상 발명캠프를 진행한다. 올해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 편성을 했다. 여기서 발굴된 좋은 아이디어들이 개념 설계나 특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과 연계돼야 한다. 추진 체계 측면에서 아이디어 발굴까지 포함해서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나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성실 실패제도’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중단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과거에는 사업계획이 실패하면 페널티가 있어서 수행 불가능한 부분을 감추며 알리지 않고 성공한 것처럼 포장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런 프로세스를 만들고 새롭고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 보자는 의도다. 발명캠프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과제로 연계된다면 아이디어 제안자를 위촉연구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구상도 하고 있다.

 ◇김광진 팀장=창의라는 게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기업은 계속 새로운 것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스토리와 SW다. 기업 체질개선과 문화 변화가 관건이다. 우선 선임들이 신입사원 의견을 본인 틀에 맞춰 평가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임원 선에서 사장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전통 관료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효율성 중심의 기업 조직 구조다. 새로운 창의를 용인할 만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 조직 내 관리나 리더십의 혁신과 툴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리 영역에서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툴이 만들어져야 한다.

 ◇신재식 단장=IT기업들의 최대 애로사항은 수요 대기업 담당임원이나 과장을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외부에서 관여하는 것을 싫어한다.

 실질적으로 개방이 일어나야 유연한 협업이 가능하다. 수요 대기업 협업 요소들을 국가에서 평가해야 한다. 좋은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개발 기획 단계에서 협업을 강조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창의적인 R&D 기획을 할 때는 소비자 요구를 발판으로 해야 한다. 국가 R&D 체계를 아예 해외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성과 관리에 대해서도 추적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간 R&D 성과는 무엇인지 모니터링된 것이 없다. 창의 R&D만큼은 좀 더 개방적인 모델로 가야 하고 접근성을 높여줘야 한다. 민간 기업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글로벌한 M&A와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피를 섞어야 정글에서 살아남는다.

 ◇사회=교육 개선, 개방, R&D 체계 혁신, 사회 풍토 및 문화 개선 등 다양한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지적이 결국 교육 현장에서, 산업 현장에서, R&D 과정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확대 적용돼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정부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들어보자.

 ◇강명수 과장=IT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의사결정하고 정책을 수행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창의 IT융합은 우리가 꼭 끌고나가야 할 보루와도 같다. 때문에 예산 편성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지금까지 HW 중심으로 이뤄진 예산 편성도 이제 SW쪽으로 방향 선회도 할 것이다. 자동차나 건설, 기계 등도 이제 컨트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로봇도 제어, 센서와 같은 SW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두뇌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 부문 특징은 창의다. 이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와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벌써 통신 거대기업들도 바뀌고 있고 IT 벤처들은 이미 바뀌었다. 교육도 중요하다. IT는 선진국 산업이다. 최근 SW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선진국이 붙들고 집중하고 있는 산업은 결국 IT·창의·미래 산업 등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에 열심히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보다 예산은 부족하지만 각 분야 화학적 역량 결합으로 충분히 발돋움할 것으로 본다.

 ◇사회=정부의 창의 IT융합 육성 의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창의 IT융합이 활성화되려면 오늘 다뤄진 문제 외에도 사회적인 분위기나 제도, 가르치는 사람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산학연 전문가들이 역량을 결집해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정리=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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