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 우려…금융시장 또다시 출렁

<<오후 상황 및 전문가 코멘트 추가.>>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고은지 기자 =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또다시 출렁였다.

코스피 지수가 1,700선으로 내려앉았고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하는 등 지난 5일의 검은 금요일이 2주 만에 재현됐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국가, 아시아 신흥국가 등이 어깨를 맞대고 미국과 유럽발 위기 해결책을 모색하기 전까지는 돌발 변수로 시장이 출렁이는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13원 급등…1,080원대 복귀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전날보다 13.40원 오른 1,087.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9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반면 7월 기존 주택판매와 8월 동부 연안 제조업활동지수, 지난주 실업보험청구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에 지점이 있는 유럽계 은행의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해외 금융기관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을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이 위기 해결책 합의를 하기 전까지는 일시적인 출렁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4%대 폭락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판 뒤 환전해 본국에서 역송금하면서 환율 상승과 함께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코스피는 6% 이상 하락하며 1,740선까지 밀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열흘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를 방불케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8일과 9일 각각 한차례 발동된 데 이어 처음이자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앞서 이날 오전 9시6분에는 코스닥시장에서 코스닥스타선물과 코스닥스타지수 급락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하락한 3.49%에, 5년물 금리도 0.07%포인트 내린 3.65%에 각각 고시됐다.

외국인이 주식 매각 자금 일부를 환전하지 않은 채 국내 채권 매수에 활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염 연구원은 "채권 시장은 경기 부진에 따른 연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처럼 외국인이 급격하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실물경제 타격 불가피"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이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회복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불안심리가 안정되지 않으면서 작은 악재에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국내 실물경기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된 상황이라 작은 충격에도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또 "지금은 일종의 전환기로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이 바뀔 수밖에 없으나 하락폭이 어느 정도일지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점도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실물경제도 수출을 중심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연간 경제성장률이 4%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으로 이 실장은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개방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악화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 등에서 얼마나 취약성을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다만 "일부 투자은행이 예상한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arris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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