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줄줄이 출시, 과열경쟁 예고
이르면 다음달 출시를 앞둔 아이폰5와 각 사의 롱텀에벌루션(LTE)을 비롯해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이 내달부터 쏟아지면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휴대폰 단말기 판매장려금(보조금)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악성 재고를 막기 위한 과열경쟁 시즌이 돌아왔다. 제조사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이 격화돼 발빠르게 대처해야 할 형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안으로 이통사 보조금 과열 경쟁에 대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전망이지만, 과징금 부과 후에는 한시적으로 모니터링이 약해지는 면이 있어 다음달부터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벌써 조짐이 엿보인다. 18일 유통가에 따르면 갤럭시S2 대당 보조금이 5만~10만원가량 올랐다. 아이폰5가 올 가을에 출시된다는 정보가 잇따라 나오고 LTE용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도 높아져 갤럭시S2를 찾는 소비자가 줄었다. 이전까지는 갤럭시S2는 이통사나 제조사 보조금이 거의 없었다. 워낙 잘 팔렸기 때문이다.
유통가 관계자는 “대리점이나 판매점 입장에선 그동안 갤럭시S2 모델의 ‘리베이트’가 부족했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좋아졌다”며 “가을부터 연이어 출시되는 새 단말기로 나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악성 재고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9월 SKT와 10월 LG유플러스가 잇따라 LTE폰을 출시하고, 같은 시기에 아이폰5와 웨이브3, LG전자의 새 플래그십 모델 등이 쏟아져 나오면 기존 모델과 신규 단말기 모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출시된 단말기들이 재고 물량으로 전환돼 판매를 독려해야 하는데다 새 모델을 구입하기 위한 번호이동 가입자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가 레이서’와 같은 제품도 가을 이후 쉽게 재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통사는 다른 경쟁사가 한 단말기에 보조금을 더 얹으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기존 가입자 이탈을 막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나 유통망 파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단말기가 쏟아지는 시즌에는 일종의 치킨게임이 된다”며 “사실상 소비자보다는 판매점에 이익이 우선적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통사로선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상향 조정과 함께 특정 모델 판매량이 가장 높은 판매점에 상금을 주는 식의 행사를 열어 판매를 독려하기도 한다.
지난달부터 ‘페어 프라이스제’를 실시하며 시장 안정화를 시도하고 있는 KT도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보조금 지급을 추가했다. 기존 가입자가 신규 고객을 추천하면 요금 납부 등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는 ‘올레 투게더’ 제도를 시행 중이다.
KT 관계자는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 밝혔지만 업계는 페어 프라이스제로 약화된 소매가격 경쟁력을 다분히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