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예측 실패 증권사들 '돌팔이 분석' 대수술

최근 코스피 폭락 사태를 전혀 예견하지 못해 체면을 구긴 증권사들이 예측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 찾기에 나섰다.

이달 코스피가 대략 2,000∼2,45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코스피는 연일 급락하며 한때 1,7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증권사들은 이런 사태가 재발하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고 `낙관론`에 쏠리는 리서치 관행을 개선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 "거시경제 전문가 더 늘려야"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뛰어난 예측 능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도 거시경제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최근 코스피 폭락 사태를 예견하는 데 실패한 것은 미국이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을 간과한 결과라는 판단 때문이다.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8일 "증권사들은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경기회복 후 나타나는 일시적 침체) 상태일 것으로 봤다. 미국의 지난 1, 2분기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경기침체의 전조였는데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과잉 공급된 유동성으로 인한 주가부양 현상에 현혹돼 실물경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글로벌 거시경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에 비하면 국내 증권사에서 이를 전담하는 인력은 수적으로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보통 `이코노미스트`로 불리는 거시경제 전문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에도 2∼3명에 불과하며 중소형 증권사로 가면 1명 있거나 아예 없는 실정이다.

반면,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는 20명이 넘는 곳도 있으며 중소형 증권사도 대부분 10명 이상은 된다.

증권사들이 기업 분석에 치중하고 거시경제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들이 가치투자라는 명목으로 개별 종목 분석에 집중해 거시경제 리서치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했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 거시경제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을 육성해 증권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 투자기관들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관론에도 설 자리 줘야"

증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쉽게 내놓기 어려운 증권업계 풍토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폭락장에서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패닉에 빠져든 것도 따지고 보면 코스피 급락 가능성을 경고한 목소리가 전혀 없었고 낙관론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시 비관론은 균형잡힌 투자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필수적인데도 증권업계에서 비관적 전망을 발표하기란 쉽지 않다.

증권사가 주가 하락 전망을 하면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법인영업 고객인 기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없어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는데 한계를 느낀 것이다.

증권사가 만드는 리서치 자료가 법인영업과 연계된 데서 오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증시 전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증권사들의 이해관계와도 충돌하는 면이 있다. 투자자들이 증시로 모여들어야 거래 활성화로 수수료 수입을 확대할 수 있어 비관적 전망은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심지어 증시 비관론자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무모하게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냉소적인 분위기까지 있다.

이런 조건을 바로잡으려면 증권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비관론을 쉽게 내놓을 수 있는 투자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금융상품과 투자기법이 도입돼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비관론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논리다.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8일 "지금은 상승장에서 수익을 얻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쉽지만, 헤지펀드 등이 도입돼 하락장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 비관론도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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